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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아스따 라 비스따' 하지 마세요"

본보 '이야기로 ~' 저자
스패니시 강사 백지원씨

"영화 한번 보고 그냥 막쓰는 말들이 많습니다. 상대방도 생각해야죠."

최근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서 새로 시작한 '이야기로 배우는 마르띤의 스패니시 생활회화' 코너를 맡고 있는 백지원씨를 만났다.

그가 맨먼저 지적한 것은 바로 '아스따 라 비스따(¡Hasta la vista!)'다. 히트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주인공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대사가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윌비백(I'll be back) 다음으로 기억하는 대사다. 스패니시로 문자 그대로라면 "(다음에) 볼 때까지 (안녕)"정도로 해석이 되겠지만 실제의 의미는 다르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의 쓰임을 기억해보면 알 수 있다.

굿바이라는 뜻으로 완전히 헤어질 때 하는 인사다. 그리고 다시 안 볼 사이거나 기약이 없는 경우이고 아울러 더 이상 볼 일이 없을 때 하는 인사다. 영화에선 '완전히 보내버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속 뜻은 멱살 잡기 직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다시 얼굴을 봐야할 고객들에게 함부로 씁니다. 나중에 제가 그 뉘앙스를 설명해주면 웃고 마는데 외국인이 귀엽게 그런 말을 쓰는 것이라고 이해하겠지만 흠잡히기 딱 좋은 경우입니다."

백씨가 이번에 '이야기로 배우는~'이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고집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백씨는 "신문 지면으로 스패니시를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1990년대 말 제가 중앙일보에서 했던 연재로 끝난 일"이라며 "이제는 인터넷 자료도 많고 기회도 많다. 의지나 의욕 문제이지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스패니시를 배우면서 그들, 라티노들의 문화와 역사를 모르고 스패니시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아스따 라 비스따 보다는 아스따 라 쁘록시마라고 하면 됩니다. 그것은 책에도 나옵니다."

또한 비슷한 것이 '께 끼에레(¿Que quiere?)'다. 단어 그대로라면 "무엇을 원하세요"인데 그 진짜 의미는 "(퉁명스럽게) 뭘 더 원해"다. 스패니시를 그냥 영어 단어로 번역해서 쓰는 경우에 일어나는 '참극'이다.

백씨는 지난 20년간 미주에서 스패니시를 가르쳤다. 잘 가르쳐서 유명하고 성질이 못됐다는 악명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본인이 설명한다.

"한번은 수업시간에 40대 후반의 간호사가 스패니시를 배우겠다고 왔습니다. 수업 중에 울고 나갔습니다. 의도는 아니었는데 미안하다더군요. 그런데 그 다음 시간에 왔어요. 그리고 과정을 다 마쳤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울고 나갔던 간호사가 백씨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며 수많은 학생을 소개해줬다는 것을 그는 한참동안 몰랐다고 한다.

"다른 외국어와 달리 스패니시는 교과서를 무조건 외운다고 늘지 않습니다. 동사의 활용만 제대로 쉽게 배우면 되는데 혼자서 그 벽을 넘기가 어렵습니다."

그는 20년 전 중앙일보 연재 때보다 스패니시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남가주의 라티노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그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더 깊이 알게 됐고 덕분에 한인들이 한국말같이 쉽게 배울 수 있는 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스패니시를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배웠을까. 그의 제자 중에는 봉제공장 주인부터, 식당주인은 물론 라티노 고객에 관심이 있는 한의사, 약사, 의사, 간호사들이 많다. 약사의 경우 고객의 70~80%가 라티노이기 때문이다. 그의 수업에 들어왔던 사람은 대략 5000~6000명 정도다. 그 중 1/3만이 완료했다. 물론 강사도 많이 배출했다. 쉽지만 노력이 부족하면 완료하기 어려운 게 또한 스패니시라고 전한다.

백씨의 '이야기로 배우는~' 코너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스포츠섹션 '영어.스패니시.운세' 지면에 연재되고 있다. 백씨는 이 코너를 통해서 한인들이 스패니시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한인들이 무지하고 무식하다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가지 더, 스패니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라티노를 멸시하면 안된다고.

◇조심해서 써야할 말들

▶Andale!(안달레)=andar(돌아다니다)동사의 명령법 2인칭(반말)에, 3인칭인 le를 붙여 만든 멕시코 속어다. 대개 '빨리 빨리'란 의미로 쓰이는데, 원래 스패니시로 '빨리'란 말은 시간이 촉박할 때는 부사인 pronto를 써야 하고, 속도를 올리라 할 때는 형용사인 rapido를 써야 한다.

▶Orale!(오랄레)=스팽글리시로, 영어 all의 첫 발음과 right의 첫 발음을 따서 '오랄'을 만든 다음, 목적대명사 le를 붙인 형태다. 교양이 있는 사람들은 쓰지 않는 표현이니, 아무 데서나 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Indio(인디오)=원래 인도사람의 표현인데 컬럼부스 이후 라티노를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예전 노예시절에 쓰던 표현으로 이제는 더 이상 이런 표현을 쓰면 안된다. 흑인을 '니그로'라고 쓰는 것과 같게 받아들여진다. 인디헤나(indijena)라고 쓰면 맞다.

▶mande(만데)=멕시코 사람들이 뭐요(Que)라는 표현으로 마구 사용하는 단어다. 백씨에 의하면 이들은 너무 오래돼 의미도 모르고 쓴다는 것이다. 원래 mandar는 '명령하다'라는 동사로 노예가 주인에게 "명령이 뭔가요"라고 되묻거나 "명령만 주십시요"라는 의미다. 상대와 동등한 대화를 나누려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칭가도,칭갈레=영어의 F워드 욕이다. 라티노들이 많이 사용해서 써도 되는 줄 알 수 있어서 백씨가 주의를 준 단어다. 의미는 근친상간과 관련된 성적인 욕이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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