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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정 칼럼] 행복의 조건



신혼 시절에 살던 바로 옆 집은 아주 좋은 이층집이었다. 당시 그 동네에서 보기 드물게 넓은 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고 한 쪽에는 그네가 있었다. 꿈같이 예쁜 집에는 그 집에 걸맞는 젊고 아름다운 안주인이 있었다. 서른 정도의 나이었는데, 아이가 둘이었고 인물은 가히 탤런트 급이었다. 모임도 많고 볼 일도 많은 듯, 아이들과 살림은 늘 시어머니가 도맡아 하고 그녀는 화려한 옷을 입고 외출이 잦았다. 집에 있을 때도 풀 메이크업과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을 입고 아이들을 그네에 태우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남편도 멋쟁이였고 집과 마당, 검정색 승용차와 뛰어난 그녀의 미모까지 모두가 부러운 장면이었다. 여자들이 꿈꾸는 행복의 조건을 그녀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신혼에 남의 집 세를 살고 있었던 내게 옆 집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행복’이 넘치는 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옆 집에 집달리가 들어와 빨간 딱지를 붙였다는 소문과 함께 젊은 부부는 사라졌다. 아이들과 홀 시어머니만 남아 있었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울상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부부는 물론이고 얼마 후부터는 다른 가족들도 다시 볼 수 없었고, 그들 부부가 행복(?)을 위해 얼마나 무리하며 일을 벌렸던가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다. 그 이층집은 활기를 잃은 채 한동안 비어 있다가 주인이 바뀌었다. 나의 충격은 컸고, 말 한마디 나눠 본 적 없는 남의 일에 상심이 얼마나 컸는지 삶의 허무함을 느낄 지경이었다. 아마 옆 집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였는지 내 꿈이 깨진 것처럼 힘이 빠지고 실망스러웠다. 한동안 옆 집을 보면 그들의 모습이 생각나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삶을 모르던 내게 외적인 행복의 조건들이 결코 행복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나름 충격이 컸던 일이어서 인지 가끔 그 집 생각이 난다. 그럴 때마다 그 사람들이 잘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인생이 한 번 실패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려움을 겪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더 큰 성공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자기가 추구했던 것들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아주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기도 한다. 우리는 행복이란 것을 자기 생각대로 설정해 놓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도 정작 눈 앞에 주어진 행복을 놓치고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갈 때가 많다. 살아 보면 삶이란 자기가 원하는 것들이 그렇게 만만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자기가 원하는 것들이 꼭 행복이라고 할 수도 없다. 누구도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행복은 느끼고 누릴 수 있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어떤 조건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부족한 것 없는 사람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지독한 어려움 중에서도 작은 것에 감사하며 늘 웃는 사람도 있다. 우울도 감사도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누구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개인의 욕망 탓도 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와 흐름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물질과 소비 중심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위화감과 소외를 느끼게 된다. 학교에서도 입시 위주로 교육하다 보니 인간의 삶과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 분위기와 전파 매체 등이 인간의 욕구와 소비 심리를 자극하면, 소비와 욕구해소가 행복인 줄 알게 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삶에서 닥치는 모든 문제가 쉽지 않지만 행복에 대해서 말하기가 가장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부족한 것 없이 불행해 하는 사람은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행복은 느끼고 누리는 사람의 것이며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욕망이 부추기는 거짓에 속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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