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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총알받이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장교 해병 소위로 임관되자마자 그는 월남에 파병되어 청룡부대 전투소대장이 되었다. 흔히 ‘총알받이’로 불리는 자리다. 소대원들을 최선두에서 이끌고 앞장서기 때문에 적군의 최우선 공격 표적이 되는 것이 소대장이다. 이를 두고 흔히 ‘총알이 쏘위쏘위 하고 날아 다닌다’고 한다. 실제로 전투 중에 소대장의 사상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그의 해병 동기 소대장 4명이 월남에서 전사했다. 오죽하면 한국전쟁 당시에는 ‘3일소위’나 ‘소모소위’라는 말도 있었다.

베트콩과의 백병전을 겪고도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아 귀국한 그는 최전방 오지인 백령도 근무를 명 받았다. 운도 되게 없다. 그 후 몇해 안돼 목숨 걸고 싸워 준 월남이 하루 아침에 베트콩과 월맹군에 의해 패망하는 꼴을 보았다. 제대한 후에는 교직에 몸 담았다. 남자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교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친북 반미 좌 편향 교육에 대항하고 그들과 싸우는 데 앞장 섰다.

정년 퇴직으로 은퇴했지만 그에게는 일편단심 요지부동의 신념이 있다. 공산주의는 안된다는 것이다. 철없는 다섯 살배기가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김소월의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영변의 약산을 떠나 삼팔선을 넘어 공산 북한을 탈출할 때 그의 행로는 이미 예정되었었는지 모른다. 공산치하 북한의 폭정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는 소년기였지만 6·25를 겪은 세대다. 남한은 ‘헬조선’이고 ‘이게 나라냐’하는 그 많은 친북인사들 중에 선뜻 자진해서 ‘지상 낙원’인 북한으로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던가?

은퇴 후에도 10년 넘게 그의 모교 고등학교 동창회게시판에 글을 달며 70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겁없고 당돌한 후배들에게 자유 월남의 패망이 이 땅에서 재현되는 일이 없기를 일깨워 왔다. 베트남의 공산화 전철을 한국의 모범으로 인용하기 시작하는 세력들이 늘어가고 나라 꼴이 ‘망해가던 월남’의 망령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젊은 후배들이 그를 수구꼴통으로 매도하는가 하면 까마득한 후배에게 이런 막돼먹은 비아냥도 받았다. “대선배 최고령 연세의 동문이시니까, 어쨌든 머지 않아 돌아가실 노인이시고 시대착오증 노인우울증 정신이상 환자이시니까 불쌍해! 시골 경로당에 젊은 친구들이 들어와 영감탱이와 분란을 일으켜 봐야 시끄럽기나 하지…” ‘어느 집 개가 짖냐’하는 식이다. 시대착오라니 북한이 새 나라라도 되었다는 말인가? 천우신조로 베트콩의 총알을 피해 용케 살아남았더니 이제는 좌 편향 후배 동문들의 총알받이가 된 것 아닌가. 하긴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김정은을 만나러 가겠다는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 가는 세상이다.

요새는 나라가 하 수상하여 차라리 이럴 바에는 김정은이 한번 처내려오거나 트럼프가 북폭을 해서 세상이 확 뒤집어져야 한다는 말도 듣는다. 빨갱이 세상이 되거나 아니면 종북 빨갱이들을 이참에 싹 쓸어내던지 해야지 이대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막장 드라마의 끝장을 보자는 얘기같다. 무책임하고 비 이성적이고 자포자기적 발언이다. 어찌해서 세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자유 월남 내부에서의 베트콩의 암약과 투쟁이 월남 패망의 기폭제 역할을 했음은 다 아는 일이다. 일찍이 로마의 철인 키케로는 나라가 망하는 것은 우매한 지도자나 야망에 사로잡힌 자들 때문이 아니라 내부에서 일어나는 역적질이라고 했다. 역도들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역도들은 성문 안에서 다른 사람과 섞여 자유롭게 활동하며, 그 교활한 속삭임을 성내 온 골목에 퍼뜨리고, 그 소리가 정부 청사까지 미친다. 그들의 말씨나, 생긴 모습이나, 하는 소리나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고 우리 마음 속 저변에 잠재하는 인간의 사악성에 호소하니 역도는 역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족혼을 썪게 하고, 나라의 기둥뿌리를 뽑아버리려고 은밀하게 야밤중에 암약하며 국가 전체를 감염시켜 저항불능으로 만든다. 살인자가 오히려 덜 공포스럽다. 역도는 역병(疫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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