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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역사칼럼] 텍사스 공화국

우리는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한다. 민주라는 말은 대충 알겠는데, 공화라는 말은 그 뜻이 알 듯 말 듯 확실히 잡히지 않는다. 단순히 말하자면, ‘공화국’이란 군주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원래 왕이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는 왕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 공화 정치제도이다. 공화의 뜻은 군주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여러 국가가 정식 국호에 공화국이라는 말을 붙이거나 헌법에 공화국임을 밝히는 예가 많다. 심지어 세습해 가면서 김 씨 왕국을 만든 북한도 공화라는 말이 국호에 붙어 있다.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이 그것이다. 러시아는 정복한 소수 민족 지역을 지금도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부른다. 아마도 명분상으로나마 독립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인상을 주기 위한 속셈으로 보인다. 그런데 텍사스가 지금은 미국에서 하나의 주(State)이지만, 한때는 공화국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웬일로 난데없이 텍사스 공화국이 되었을까?

텍사스는 원래 스페인 땅이었다. 1820년대에는 미국의 경제가 불경기를 맞게 된다. 이것을 해결하고자 미국인 오스틴이라는 사람이 텍사스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는 1820년 스페인 당국과 협상하기를 스페인이 자신에게 일부의 땅을 팔아넘겨 주면 잘 개발해 보겠노라고 개발 제의서를 스페인 당국에 제출하여 허가를 받았다. 즉시 그는 300가구의 미국인들을 텍사스 땅으로 데리고 와서 정착시켰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도 다음 해인 1821년에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인들의 정착촌을 인정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정착촌 건설 승낙을 얻어낸 오스틴은 더 많은 미국인 정착인들을 받아들였다.

미국의 불경기가 심해지자 더 많은 미국인들이 텍사스에 모여들면서 미국인 정착민들의 숫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숫자를 늘린 이들이 1935년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다. 처음에 이들은 당시 멕시코 대통령이 독재 정치를 하는 것에 반발하여 봉기를 일으켰지만, 나중에는 독립운동을 하는 것으로 반란의 성격이 바뀌었다. 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멕시코 대통령 산타 아나는 6천 명의 군대를 이끌고 텍사스로 직접 출정했다. 첫 전투인 알라모 전투에서 독립군 186명을 전멸시킨 산타 아나 대통령은 샘 휴스턴 장군이 이끌던 정규 독립군과 전면전으로 맞붙었다. 숫자가 적은 독립군을 너무 얕본 탓인지 멕시코 군대는 독립군에 참패하고 산타 아나 대통령도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이리하여 멕시코 정부군과의 싸움에서 이긴 미국 이민자들은 1936년 텍사스를 멕시코로부터 독립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들은 독립하자 바로 텍사스가 공화국임을 선포하고 대통령까지 선출하여 국가적인 면모를 갖추었다. 멕시코는 텍사스를 독립시켜 인정해 주는 조약을 체결하면서 텍사스가 장래에 미국과 합병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조약 내용에 넣었다. 텍사스 공화국은 나름대로 국가적인 체계를 잡아 발전을 추구했으며, 미국에 합병되기 전까지 5대에 걸쳐 대통령을 선출하기도 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은 텍사스 공화국을 곧 승인해 주기도 했는데, 이 유럽국가들은 텍사스가 미국에 합병되는 것을 막아 보려고 그랬다는 주장도 있다. 수도는 처음에는 휴스턴으로 정했으나, 나중에는 오스틴으로 옮겼다. 휴스턴이라는 도시는 샘 휴스턴 장군의 이름을, 오스틴이라는 도시는 최초 정착촌 개발자인 오스틴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그러나 9년 후에는 텍사스가 미국의 한 주가 되면서 텍사스 공화국은 없어지고 멕시코와의 약속도 지키지 않은 꼴이 되었다. 지금도 일부 텍사스 사람들은 텍사스가 미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일 지금 독립한다면 한국보다도 훨씬 경제 규모가 큰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혹시 장래에 미합중국의 결속력이 약해져 텍사스 지역이 텍사스 공화국으로 독립한다면 멕시코는 무척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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