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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 달러를 사슴이라고 부르는 사연

어감이 좀 이상해서 지금은 별로 쓰이지 않지만, 과거에 한국에서는 ‘시쳇말’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이 말은 원래 한자에서 유래 한 단어이다. ‘요사이 쓰이는 말’이라는 뜻으로 ‘시체(時體)말’이라고 했다. 즉, 유행어, 속어를 이르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 돈의 이름인 ‘달러’를 흔히 속어로 ‘벅(Buck)’이라고 부른다. ‘벅’의 유래를 알아 두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치를 때 점원이 ‘달러’라는 말 대신에 ‘벅’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로 Buck이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물론 ‘Buck’은 달러를 뜻하는 속어(Slang)이다. Buck이라는 단어는 원래 ‘수사슴’을 뜻한다. 그래서 지명 혹은 다른 고유 명사에 Buckhead(사슴 머리), Buckeye(사슴 눈)과 같은 말을 쓰기도 한다. 보통 사슴을 말할 때는 ‘Deer’라고 표현하지만, 사슴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따질 때는 표현이 크게 달라진다. 암사슴은 ‘Doe’라고 말하고, 새끼 사슴은 ‘Fawn’이라고 한다. 외워야 할 단어가 참 많은 판에 사슴도 네 가지 단어로 부른다니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달러를 Buck으로 부르게 된 사연은 달러가 생기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유력한 주장에 의하면, 인디언과 관련이 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발 붙인 유럽 사람들이 원주민 인디언들에게 물건을 팔 때 그 대금으로 사슴 가죽(Buckskin)을 인디언들로부터 받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서로 통용할 화폐가 없던 시절이라 사슴 가죽을 화폐 처럼 썼던 것이다. 그러면 화폐 처럼 쓰이던 사슴 가죽은 모두 숫사슴의 가죽이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숫사슴이 암사슴보다 덩치가 크므로 숫사슴의 가죽이 더 값이 나갔을 것이므로 Buck이 화폐 단위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미국이 독립하고 나서 ‘달러’라는 공식적인 통화 단위가 생겼지만, 그후로도 원래 쓰이던 Buck이라는 속어가 지금까지도 많이 쓰이고 있다. 이렇게 속어를 많이 쓰는 이유는 공식적이고 딱딱한 말보다는 비공식적이고 친근감있는 속어를 더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만원 짜리 지폐를 ‘배추잎’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Buck 이라는 말과 관련하여, ‘Pass the Buck’이라는 말이 있다. 이 때의 Buck은 달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포커 판에서 패를 돌리는 사람 앞에 손잡이가 사슴뿔로 된 칼을 놓아 두는 관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패를 돌리는 사람이 포커 판을 주도한다는 뜻에서 유래되어 ‘책임 진다’라는 뜻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면된다. 트루먼 대통령은 “The Buck Stops Here”이라는 말을 책상 앞에 써붙이고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이 좌우명도 ‘Pass the Buck’이라는 말을 활용해 만들어낸 말이다. 이 좌우명의 뜻을 말뜻 그대로 풀이하면 “(포커 판의) Buck이 여기에 멈춘다”라는 말이 되므로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는 뜻이 된다.

우리는 돈의 액수를 말할 때 ‘그랜드(Grand)’라는 말도 흔히 듣게 된다. ‘Grand’는 1000 달러를 의미하는 속어이다. 일설에 의하면, 이 속어는 마피아 조직이 큰 단위의 돈을 취급하면서 1000 달러를 Grand라고 암호로 정해서 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Grandmother 혹은 Grand Piano에서 보듯이, ‘Grand’라는 말은 (가장) 크거나 위대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마피아 조직원들이 큰 단위의 돈을 암호로 가리킬 때 썼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돈의 많고 적음이 한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대단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돈을 뭐라고 부르는지 만큼은 제대로 파악해 놓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하겠다. 상대방이 속어로 말한 때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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