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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레이칼럼] 정치가로 변신한 철학가

사이프러스공화국 주미대사는 재미난 사람이다. 철학을 전공하고 ‘시간의 개념’논문으로 영국 켄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시간’에 관한 철학책을 출간했다. 그런 그가 정치가로 변신하여 그리스와 러시아 그리고 스웨덴의 대사를 역임하고 현재는 주미대사다. 심오한 철학가가 요령이 있는 정치가로 변신한 것이 궁금해서 City Club of Washington에 그가 연사로 나오는 ‘Diplomatic Corner Luncheon’에 갔다. 1956년 아이젠하워대통령이 설립한 비영리단체인 ‘Sister Cities International’와 워싱턴 시티 클럽이 함께 주선한 행사다. 40여명 참석자들 중에 함께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인사하니 모두 외교관련 직종에 활동하는 사람들이고 나만 퇴직자였다. 앨라배마에 산다는 나의 소개가 그들에게 생경했으리라.

포디움에 선 Leonidas Pantelides대사는 전형적인 지중해인이다. 그는 “강연보다 대화식으로 이야기하고 싶다”하고 질문 하나를 주며 자기가 사이프러스를 소개하는 동안 생각해 보라 했다. “워싱턴DC는 큰 호수이고 대어들이 많은데 인구 1억이 안되는 작은 섬나라, 더욱 육해공군이 없는 나라의 대사가 워싱턴 정가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질 수 있나?”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사이프러스섬의 사이즈는 지중해에서 시칠리아와 사디니아에 이어 3번째로 크고 터키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일년에 340일 햇볕이 쨍쨍하고 태양열이 워낙 강해서 집집마다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서 물을 데운다. 유럽에서 가장 좋은 날씨를 가져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국민들의 4배나 된다. 비가 거의 오지 않으니 농작물 생산은 체리나 오렌지, 포도 생산 등 거의 4 퍼센트밖에 되지 않고 경제는 주로 서비스업이다. 특히 뜨거운 태양열에 자란 포도는 달콤한 포도주를 만들어서 수 천년 전 솔로몬의 템플에서 사이프러스 포도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문명이 발전한 지역이지만 지리적인 중요성으로 초대받지 않은 외국의 군인들로부터 역사적으로 여러번 점거당했다. 프랑스군이 300년, 이어서 이탈리아군이 200년, 구 터키 제국인 오토만 제국에 300년, 그리고 영국에 80년 점령당했다가 1960년 마침내 독립했다. 하지만 북부의 터키계 사이프러스인들과 남부의 그리스계 사이프러스인들 사이에 민족간 대립과 갈등이 많았다. 그러다가 1974년 3만 5천 터키군이 터키계 사이프러스인을 보호한다며 북부의 삼분의 일을 점령하고 눌러앉았다. 그때부터 사이프러스는 UN통제로 4마일의 완충지대를 가지고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서 자치 운영한다. 터키군이 떠나지 않는 것이 골치거리이지만 언젠가는 남과 북이 하나로 단합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유엔이 유일한 국가로 인정하는 남부의 사이프러스공화국은 중립정책으로 이웃인 이스라엘과 아랍권 나라들과 모두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더러는 그들 사이의 교량 역할도 한다. 또한 EU 멤버 국가이며 유로를 사용한다. 찾아오는 모든 외국인을 환영하지만 외국인들이 가져오는 문제는 엄격하게 금한다. 덕분에 테러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터키나 이집트의 정치적 불안한 상황으로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언젠가 영국대사에게 사이프러스가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말해 주려다가 오히려 선제공격을 받았다. 영국대사의 부모가 사이프러스로 영구이주해서 살고 있으니 그는 사이프러스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멋진 환경과 고등교육을 받은 국민들을 자랑한 대사는 경제의 80 퍼센트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을 소개했다. 해상운송 산업은 세계 8위이고 유럽에서는 3위, 그리고 해상 운송회사들의 인력관리를 해주는 서비스 업은 세계 1위다. 자연히 은행업이 왕성하니 해외 자산이 섬으로 몰려와서 버블을 일으켜서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성공의 피해자였던 셈이다. 그 당시 IMF가 3년 기한을 줬지만 1년반만에 다 지불하고 경제회복을 했다. 최근에 많은 양의 탄화수소가 매장된 것을 발견하여 현재 여러 나라의 가스 회사들과 이익을 나누는 동업으로 개발하고 있다.

여러 질문중에 사이프러스를 알리는 정치가가 아니라 ‘시간’을 연구한 철학가로서 시간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고 한 질문은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씩 웃고난 후 가볍게 대답했다. “시간은 시간에 친절한 사람에게 친절하다. 시간을 잘 대하면 시간도 역시 잘 대해줄 것이다.” 시간은 세상 어느 것보다 소중한 원자재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느냐는 과정이 중요하듯이 근본적인 원리와 삶을 연구한 철학가의 안목으로 세상사를 다루는 그에게서 신선한 인상을 받았다. 수 천년의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사이프러스의 상황에 대한 지식을 얻은 것은 부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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