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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희 칼럼] 인연- 나의 반쪽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내 자동차는 철조망으로 에워싼 공사중인 장소로 작은 주차장이 딸린 공간도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내 차를 꺼낼 수가 없었다. 이미 사방은 사람을 분간하기 힘들정도로 어두웠다. 근처에는 공중 전화 박스 하나가 보였고 도움을 청하려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를 드는 순간,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연구 방법론을 같이 듣던 대학원생이었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데 제가 도와 드릴까요?” 난 바로 거절했다. “괜찮아요. 캠퍼스 경찰서로 전화하면 도와 주니까 걱정 마세요.” 그는 더 적극적으로 계속 이야기했다. “부담 갖지 마세요. 도와 드릴 테니.” 그러면서 내가 들고 있던 전화기를 반 강제로 나꿔채서 전화를 대신 한다. 그는 내가 외국인 학생이니까 이 늦은 밤에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가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내일 아침 7시쯤 공사장이 다시 문을 여니 그때 자동차를 가지고 가야될 것 같다” 고 알려 주었다. 난 내일 아침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걱정이었다. 그는 내일 아침과 오늘 밤은 그의 차로 이동을 시켜 주겠다고 한다.

사실, 대학원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주차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문이 열려 있는 공사장 쪽의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저녁 수업에 들어 갔다. 9시 쯤에 나오니 공사장 철조망의 문이 잠겨 있었던 것이다. 요행인지 수업을 같이 듣던 한 청년이 공사장 안에서 전화하려던 나를 발견하고 호의를 베풀어 준 것이었다. 난 그의 친절이 부담스러웠지만 그의 끈질긴 호의를 받아들여 그의 차를 타고 도보로 15분 거리의 아파트로 왔다. 그리고 정확하게 아침 일찍 나를 태워서 공사장의 내 차까지 데려다 주었다.

난 그를 대학 켬퓨터 실에서 처음 보았다. 초면에 나에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몇가지 질문을 했다. 난 아주 간단하게 대답하고 나와버렸다. 난 그때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위해 공부 외에는 다른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우연하게 아동발달 심리강의실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러나 교실에서 개인적인 소통은 별로 없었다. 그는 항상 제일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강의를 듣고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여 교수나 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에 대한 나의 냉정한 반응이 조금 부드러워진 것은 공사장 주차장에 갇혀진 나의 차로 인해 그가 베풀어 준 호의를 받아들이고 부터였다. 그도 나의 방어체계를 조금 늦추어진 것을 눈치챘는지 도서관에 공부하고 있던 나를 자주 점심 친구로 안내했고 난 미국의 남부 전통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로 그의 호의를 자주 받아들였다. 그리고 주말 시간을 조금씩 그에게 할애하면서 난 부담없는 친구 하나를 가지게 되었고, 그도 나를 아주 아주 편하게 그냥 동성 친구처럼 대해 주었다. 나의 마음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데 상대방이 먼저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난 그런 진짜 깨끗한 매너를 가진 남성은 난생 처음 만났다.

한국 남성들은 대개 성격이 좀 급한 편이었던 것 같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운전자라는 것도 지인들은 다 알며 상대방에게 완벽한 매너를 지켜 그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나 같은 아주 까다로운 사람도 1년 후에는 그의 매너, 친절, 인상좋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부담 가질 필요 없이 나의 또 다른 여자친구들 처럼 깨끗하게 친구로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난 나중에 서양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배우면서 좀 더 그들의 특성을 알게 되었는데 서양인들은 자칫 잘못 행동했다간 성폭행으로 바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에 여자들에게 아주 조심하는 것 같았다. 그는 나의 옷 깃도 스치지 않으려고 아주 조심했다. 그러니 나의 마음도 서서히 그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열리면서 낭만의 시간을 찾는 그의 속마음에 서서히 다가가게 되었다. 상대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열릴 때까지 1년이고 10년이고 기다리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한국 남성들에게는 힘든 것이었나 보다.

미국은 성폭행이라는 강력한 법으로 소위 법을 아는 남성들은 법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아주 아주 조심 하는 것이 생활화된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선 성폭행을 당하고도 창피해서 신고는 고사하고 말도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하는 보도를 자주 보았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좋은 법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정치적 보복으로 여성들을 이용해 상대방으로 접근하게 해서 나중엔 성폭행으로 조작하는 사례를 뉴스에서 자주 본다. 또 데이트했다가 남자에게 보복하는 마음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팍스뉴스 한 특집 보도에서 ‘청년들이여 테이트하기 전에 각서를 쓰고 하라’고 할 정도였을까. 그러나 남성 본인의 지독한 인내든 제도적 장치든 여성에 대한 완벽할 정도로 깔끔한 매너로 오래 오래 기다린 끝에 그는 나의 반쪽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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