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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내가 한국을 떠난 지 반세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동안 세상 정말 많이 변했다. 워싱턴 어빙의 소설 ‘립 반 윙클(Rip Van Winkle)’에서 주인공 립 반 윙클이 미국이 독립하기 직전 어느 날 사냥하러 나갔다가 산에서 유령들이 마시는 마법의 술을 마시고 잠이 든 사이 20년이 흘러 잠에서 깨어 집에 돌아오니 마누라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미국은 영국 통치에서 벗어나 독립국이 되는 등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서 호호백발 노인이 된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몇 해 전까지도 나는 스마트폰 갖기를 거부했다. 우리 나이 또래 컴맹세대가 거의 다 그렇듯이, 이 새로운 통신의 이기가 낯설 뿐 아니라 쓸 줄 모르니 사실 좀 두렵기조차 했다. 계속해서 옛 구닥다리 피처폰을 고집하며 전화의 본래 목적인 음성 통화에 아무 불편이 없다고 자못 호기스럽게 주장했다. 그런데 웬걸 그 옹고집도 “할아버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러세요” 하는 손자 녀석을 비롯한 주위의 지속적인 공격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이제는 더듬거리며 문자도 보내고 사진도 업로드해서 편집도 할 수 있게끔 되었다.

지금은 한국 문화의 한 가닥으로 자리매김한 노래방, 찜질방, PC방 그리고 한국인들이 죽고 못 사는 삼겹살 구이 등은 내가 한국에서 살 때는 못 듣던 말이다. K팝, 아이돌 그룹, 한류라는 것도 없었다. 요즘 누구나 하는 성형을 비롯한 튀어 보이기 위해서 하는 기묘한 헤어스타일, 형형색색의 머리 염색, 심지어는 문신, 피어싱, 남자 귀고리 등 전혀 생각할 수 없던 것들이다. 전에도 성형은 있었지만, 그 부위나 종류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가 등 번화가에서는 머리 염색을 한 젊은 여성이 안 한 쪽보다 더 많다고 한다. 심지어 자녀들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신세대 부모들은 어린이들의 요상한 머리 스타일과 염색도 주저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을 축하하는 의미로 부모가 자녀에게 성형수술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는 곳이 한국이다.

TV나 인터넷 같은 매체에 성형수술을 받은 연예인들이 등장해서 성형 수술한 것을 무슨 훈장처럼 내세우기도 한다. ‘외모도 경쟁력이다’ 하는가 하면 얼짱이니 몸짱이니 양악수술이니 나에게는 생소한 언어들이 판을 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대비 성형 건수 세계 1위이고 ‘성형 공화국’이라는 수식어도 붙어 다닌다. 외국 (특히 중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으러 몰려오고 원정 성형 수술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성형외과가 집중적으로 포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때문에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따라 ‘강남 스타일 성형’이라는 기사도 외국 미디어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린다.



여기서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구닥다리를 들출 생각은 없지만, 국내의 성형 실태는 빗나가도 많이 빗나간 것이고 성숙하지 못한 사회상과 사회 전체의 퇴폐 상을 반영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용모는, 특히 여성들에게는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생활, 취업, 사교, 결혼 등등. 하지만 과도한 외모지상주의는 외모와 몸매를 바꾸어서 인생을 바꾸어 보자는 조금은 허황한 욕망을 부추기고 잘못된 성형의 풍조를 불러온 것이다. 성형을 원하는 많은 여성이 하나같이 쌍꺼풀 있는 크고 동그란 눈, 높은 코, 갸름한 턱을 가진 연예인들을 모델로 삼고 그런 모습으로 재탄생하기를 꿈꾸는 것이 이를 바로 말해준다. 하긴 성형을 한 많은 연예인도 같은 획일적인 기준을 선호해서 본래의 ‘원판’을 상실하고 개성이 없는 비슷비슷한 모습이 되어버려 이들을 ‘성형외과 동문’이라고 부른다는 말도 있다.

잠시 세월을 50년만 앞당겨 보자. 오늘의 20~30대가 지금 내 나이쯤일 것이다. 그들이 그들의 신세대에게서 듣는 말도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가 아닐까? 나이 들어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타협하고 적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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