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최선호 역사칼럼] 노예제도가 작품으로 승화되다


인류가 발전한 주된 이유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 중의 하나가 기록을 남길 줄 안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기록을 남길 줄 아는 문명이 남보다 일찍 앞서 발달했다고 흔히 말한다. 기록 중에는 역사적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예술과 문학 분야의 기록도 매우 중요하다. 경험과 상상을 동원하여 문학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역사적인 기록에 살을 붙이고 양념을 좀 치면 사람의 감동을 끌어내어 마음에 강한 인상을 새겨 준다. 그러므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문학 작품이 비교적 사람들의 마음을 더 끈다. 미국 노예제도와 관련하여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작품 중에 ‘뿌리’와 ‘만딩고’가 가장 유명하다.

‘뿌리’(Roots)라는 작품은 알렉스 헤일리라는 작가가 노예였던 자신의 조상 뿌리를 찾아서 실증을 거쳐 엮어낸 1976년도 작 소설이다. 이 소설은 발표 후 흑인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듬해 TV 드라마 미니 시리즈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16년에는 소설 발표 40주년을 맞아 8부작 시리즈로 리메이크되어 History Channel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헤일리는 자신의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를 근거로 노예 사냥꾼에 의해 노예로 잡혀 온 자신의 7대조 할아버지 ‘킨타 쿤테’를 주인공으로 스토리를 전개했으며, 그 후손들이 겪는 고달픈 노예의 비참한 삶을 다루었다.

원래 그는 소설로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며 자신의 조상이 겪은 내용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목적이었는데 나중에 소설로 각색했다. 이 때문에 이 소설은 실제로 일어난 사실에 아주 가깝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이 소설이 사람의 심금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고 본다. 노예 조상을 둔 많은 사람들의 향수, 연민의 정, 정체성을 자극해 주었으며, 이런 영향으로 흑인 사회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을 아프리카식으로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이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 심지어 ‘킨타 쿤테’로 이름을 짓는 경우도 많았다.

‘뿌리’가 흑인 노예의 후손이 쓴 소설인 점과는 대조적으로 1957년에 발표된 ‘만딩고’라는 소설은 백인이 쓴 노예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카일 온스토트(Kyle Onstott)는 원래 직업이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개를 교배 사육하는 사람이었다. 개의 교배에 관한 책을 쓰던 도중에 어느 날 아프리카의 인류학을 연구하는 자기 아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65세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그는 노예 주인들이 노예를 가축처럼 사육하며 우수한 종자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는 점을 부각시켜서 노예 주인들의 잔혹함을 고발하였다. 1975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 발표되기도 했으며, 이 소설도 완전히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젊었을 때 들었던 ‘노예 교배’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은 노예가 해방되기 이전인 1830년대 앨라배마의 노예 농장이다. ‘만딩고’란 말은 아프리카에 있는 종족 이름이며, 이 종족 출신은 몸이 건장한 데다가 비교적 머리가 좋고 성격도 순종적이어서 노예 중에 가장 인기 있어 일반 노예의 두배 이상의 가격이 나갔다고 한다.

좋은 품종의 강아지처럼 만딩고 노예에는 품종 보증서가 따라 다닐 정도였다. 참고로 소설 ‘뿌리’의 주인공 킨타 쿤테도 만딩고 종족 출신이다. 우수 품종 노예를 사육하는 백인 농장 주인들은 품종의 우수성을 지키기 위해 근친상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하니 인간의 욕심과 잔혹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대개의 사람은 애완용 동물들을 자식처럼 아끼고 있다. 노예 주인의 시각으로는 노예가 아마도 애완용 동물에 한참 미치지 못했을 것 같다. 애완용 동물은 대체로 자식과 같은 사랑을 받지만, 노예는 죽도록 일만 하고 모진 학대를 받았을 테니까 말이다. 백인 우월주의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 버린 지금의 미국 땅에 다시 한번 ‘뿌리’나 ‘만딩고’와 같은 작품이 나타나 백인 우월주의의 몽매함을 일깨워 주길 기다려 본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