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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칼럼]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 인종차별


요즈음 부쩍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지난 8월 버지니아의 작은 도시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난동으로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행위가 영화에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 34년간 매년 한 번씩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를 상영해 오던 멤피스의 한 극장은 앞으로는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이 작품이 인종 차별을 보여 준다는 점이라고 한다. 더욱 직접적인 이유는 많은 사람이 극장이 이 영화를 상영하는 데 대해 극렬하게 항의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인종 차별을 보여주는 내용이 있는 것일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원작이 소설이다. 마가렛 미첼이라는 애틀란타 출신의 여성이 1929에 완성한 소설이다. 미첼은 전업 작가는 아니고,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가 발목을 다쳐 일을 못 하게 되자, 쉬는 도중에 남북전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쟁의 뒷얘기를 소설로 쓰고 싶어진 그녀는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10년에 걸쳐 대작을 완성했다. 그녀는 1929년에 대작을 만들기는 했으나 출판사를 찾지 못해 그냥 묻혀 버릴 뻔했다. 그러나 그녀의 친척이 연줄이 있는 출판사에 끈질기게 부탁하여 1936년에야 빛을 보게 되었다.

출판이 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 몰이를 해 단시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이듬해인 1937년에는 퓰리처 상을 받고, 2년 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더욱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영화의 마지막 대사에 나오는 ‘Tomorrow is another day’였으나, 출판인이 ‘Gone with the wind’로 극적으로 만들었다. 참고로 “Tomorrow is another day”로 그냥 밋밋한 맛이 있는 말이지만, 한국에서는 “내일에는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라고 조금 과장해서 엄청나게 유명한 대사가 되었다. 어느 영문학자가 극적인 효과를 위해 ‘뻥튀기’를 한 덕분이다.

작품의 무대는 남북전쟁이다. 남부 부농의 딸이 남북전쟁을 겪으면서 점차 몰락해가는 과정 속에서 부모의 죽음, 남자들과의 사랑, 결혼, 남편의 전사, 재혼 등의 갈등과 고난의 역경을 헤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남부가 북부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묘사했다고 할 수 있다. 내용상 그렇고 그런 이야기이지만,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스토리인지라 처음에는 남북전쟁에서 패한 것에 대해 억울해 하는 남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어필하고, 나중에는 미국 전역으로, 마침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영화를 인종 차별의 시각에서 보는 사람들은 작품에 나오는 흑인 노예들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흑인들이 열등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남부의 노예제도를 미화하고 있다고도 한다. 노예제도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하기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종차별의 피해자 처지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별 탈이 없이 상영되던 영화가 왜 갑자기 문제가 되었을까? 최근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설치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이 그 원인이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편을 들면서 흑인들이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작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 완성하면서 발생한 인종차별이 더 눈에 띈다. 이 영화의 시사회에 흑인 배우가 인종차별 때문에 참석할 수 없었던 사건이 그것이다. 흑인 배우 중에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맡은 해티 맥대니얼이라는 배우를 비롯한 흑인 배우들의 1939년에 있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의 시사회 참석하게 할 것인가를 두고 영화 제작자와 애틀란타 시장과 충돌이 심했다. 제작자는 영화의 시사회를 열면서 흑인 배우들의 시사회 참석을 원했으나 하츠필드라는 당시 애틀란타 시장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참고로 현재 애틀란타 국제공항의 이름에 바로 그 시장의 이름이 붙어 있다.

살러츠빌 사태에서 보듯이 지금도 인종차별은 여전하다. 인종에 대한 편견은 참 풀기 힘든 숙제인 모양이다. 남북전쟁 이전에 찬란했던 남부의 영광(?)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인종차별은 아직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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