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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정 칼럼] 전쟁의 소문


한국인이라면 우리 나이 정도부터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늘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컸다. 잊어버릴 만 하면 북한의 군인들이 탱크와 군사를 전방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든가 아니면 북한의 지도부가 전쟁을 일으키려는 듯한 말을 비쳤다는 등의 뉴스가 앞 다투어 나왔다. 성인들에게는 6.25의 참혹함이 각인되어 있고 전쟁의 후유증으로 먹고 살기도 힘든 그 시절에 국민들은 또다시 전쟁의 불안에 떨어야 했다.

국민들은 그 끔찍한 전쟁을 또 일으킬 것 같다는 공산당을 증오했다. 곳곳에 반공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간첩 신고에는 깜짝 놀랄만한 금액이 상금으로 걸렸다. 무장공비가 내려와 공산당이 싫다고 한 이승복 어린이와 그 일가를 다 살해했다는 뉴스는 초등학생들까지도 반공 정신에 불타오르게 했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급 위장 간첩과 공비가 잡혔고 그때마다 반공 정신은 드높아졌다. 극명한 남북의 대치 아래 살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현재까지 잊을 만하면 전쟁이 날 것 같다는 뉴스를 간간이 들으며 가슴 조여야 했고 그것은 분단 국가의 운명이기도 했다.

잘 모르긴 해도 50여 년을 흉흉한 전쟁의 소문 속에서 산 국민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온 몸이 급소라면 급소의 의미가 없는 것처럼 오랫동안 계속되는 긴장과 불안은, 전쟁의 소문조차도 그냥 함께 살아가야 하는 만성적 고질병처럼 인식하게 된 것 같았다. 평화로운 듯, 발전과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 전쟁의 위험을 운명처럼 안고 살아가기로 해서인지 아니면 전쟁의 불안과 분단의 슬픔을 이겨내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았기 때문인지, 어쨌든 한국은 발전을 거듭했다. 덕분에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시절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될 정도로 넉넉해졌다.

강렬한 반공 포스터는 없어졌지만 여전한 이념의 대립과 함께,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 또한 여전하다. 늘 마음 속에 조마조마함을 안은 채, 평화 통일만 염원하고 있는데 전쟁의 불안은 또다시 시작되었다. 여태까지 전해 듣던 전쟁의 소문과는 차원이 다른, 북한과 미국의 노골적인 불화를 보며 국민 모두가 엄청난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추석을 맞이해서 고향에도 가고, 10만 명이 넘게 해외 여행도 나갔다고 하니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인이 전쟁에 무관심하거나 대범한 줄 알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반세기 넘도록 전쟁의 불안에 시달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일 전쟁이 날지라도 중단할 수 없는 오늘의 일상이 있으며 ‘전쟁의 걱정을 안은 채’ 아무 일 없는 듯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고향에 가도 여행을 해도 마음에 ‘걱정을 안은 채’인 것이다. 이렇듯 늘 전쟁의 불안을 안고 살아와서 아마도 한국인에게는 전쟁 공포증 DNA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전쟁은 현실의 세상에서 실현되는 지옥이다. 전쟁만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세계 곳곳의 어딘가에서는 항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지금도 지옥처럼 서로를 죽이고 파괴하고 불태우고 있으며, 많은 사람을 지옥처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상처와 고통만 남는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보이지 않는 손의 전쟁일까. 한국은 더 이상의 전쟁은 필요 없을 정도로 전쟁도 많이 겪었고, 반세기 이상을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았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북한과 미국의 날 선 신경전과 험한 분위기에 한국은 매우 불안하다. 맹방이라던 미국도 한국의 평화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명분을 앞세우며 흥분하고 있다. 누구도 한국을 도와주거나 힘이 되어 주지 않는다. 심각한 위기에 요행만을 바라는 것 같아 답답하지만, 지금까지 거듭되었던 전쟁의 소문은 모두 ‘소문’으로 지나갔다는 것을 희망으로 삼으며 이번의 북한과 미국의 불화도 그냥 한 시대의 한 모습으로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잘 사는 것에만 집중했던 우리나라도 이제 단결하여 우리 땅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은 있을 수 없도록 힘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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