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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류현진의 실종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I have some good news and I have some bad news”(좋은 소식도 있고 나쁜 소식도 있다)라는 표현이 있다. 으레 “어느 것부터 들을래?”하고 묻는 게 다음 순서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팀의 한국인 용병 투수 류현진에게 걸맞은 말이다. 우선 좋은 소식은 그가 한국 내 모 방송국 아나운서와 결혼을 전제로 열애 중이라는 얼마 전에 공개된 보도다. 나쁜 소식은 류현진 선수가 현재 한참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선수 명단에 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특별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활약은 끝났다는 뜻이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해도 그는 뛸 수 없다.

류현진 선수는 2006년 한국 프로야구(KBO)팀 한화 이글스에 입단, 한국프로야구 통산 98승과 2006년 신인왕, MVP, 2008년에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의 힘으로 2013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 LA 다저스 소속 투수로 5년째 활약 중인 좌완 투수다. 2015년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오랜 재활 훈련 후 복귀했으나 복귀 후의 기록이 전만 못해 선발 투수의 자리를 잃었고 이제는 플레이오프에서 뛰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류현진을 필두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출신 선수를 응원하는 많은 국내외 야구팬들에게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다.

류현진이 한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일 때 언론 매체가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괴물’ 또는 ‘괴물 투수’라는 말을 쓰곤 했다. 이런 식의 표현은 원래 일본에서 통용하는 것이다. 괴물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괴물을 직역하면 괴이한 사물로, 보통 괴이한 외형을 가진 생물체를 말한다. 일본에서 이 별명이 야구 선수에게 쓰일 때는 갓 데뷔해서 무서운 활약을 보이는 선수(특히 투수)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그러니까 괴물 선수는 초인간적 능력을 갖춘 무서운 존재다.

일본에는 괴물이라고 불리는 투수가 많다. 오늘날 제일 유명한 괴물 투수는 현재 미국 프로 야구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田中?大)다. 1960년대를 풍미한 광속구 투수 오자키 유키오(尾崎行雄), 한때 일본에서 ‘헤이세이(平成)의 괴물’이라고 불리던 마쓰자카 다이스케(松坂大輔), 그리고 최근에 일본열도를 열광하게 하는 시속 160km를 펑펑 던지는 23세밖에 안 된 ‘새 괴물’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가 있다. 오타니는 타격에도 뛰어나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이도류(二刀流) 선수’라고 불리며 미국 메이저리그 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내년 미국 진출이 거론되는 괴물 중의 괴물이라고 할 것이다.



한국 프로 야구 발전사를 보면 일본이 우리보다 한참 앞서고 우리가 일본에서 배운 것이 많다. 투수로는 류현진이 최초로 괴물 칭호를 얻은 선수다. 일본의 선진 야구 기술이나 전략을 배워오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들의 야구 언어까지 베껴서 쓸 이유는 없다고 본다. 더구나 괴물은 야구 경기 자체하고는 무관한 말이다. 그들이 그들의 빼어난 선수를 괴물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 할 일은 없는 것이다. 특히 왜색 일소에 앞장서야 할 대중매체가 일본 표현을 카피해서 우리 선수에게 이런 호칭을 붙이는 것은 한심하고 씁쓸하다 못해 울화까지 치미는 일이다.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 그리고 어깨 부상이 있기 전 한참 잘 나가던 류현진을 놓고 “‘일본산 괴물’과 ‘한국산 괴물’이 올 시즌 미국 메이저 리그를 휩쓸고 있다”는 쓴웃음 짓게 하는 한국 신문 보도도 있었다. 플레이오프가 한참 진행 중인 현재 추세로는 금년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와 다저스가 챔피언십을 놓고 격돌할 모양새다. 다나카는 양키스의 주전 투수로 맹활약 중이나 류현진은 애석하게도 뒤로 처졌으니 다음 주로 다가온 월드시리즈에서 동양의 두 괴물의 역사적 대결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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