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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회의 성장과 설교의 능력

권순우 기자

기자는 억울한(?) 모태 신앙이다. 태어난 직후부터 어머니가 교회에 나가셨다고하니 말이다. 5-6살부터 ‘선교원’이라고 불리는 성결교회 부속 유치원을 다녔다. 유치원 시절부터 도미하기 전인 20대 후반까지 가족과 함께 서울 강남의 한 성결교단 소속 교회에 출석했다. 그곳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은 가족보다 소중했고, 늘 인사하며 지내던 집사, 권사, 장로님들은 모두가 나의 멘토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의 안식처였던 교회가 둘로 쪼개졌다. 담임목사로인해 불거진 갈등이 문제였다. 사실관계를 떠나 교인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담임목사의 반대편에 선 일부 교인들은 경건해야 할 예배시간에 성경이 아닌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갈등이 마무리 된 후에도 앙금은 가시지 않았다.

잠시 한국에 들러 방문한 교회는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었다. 삶의 멘토였던 분들 다수가 교회를 떠났다. 남아있는 교인들 중 일부는 내 부모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얼굴을 피했다. 부모들이 등을 지자 남아있는 가족 같았던 친구들도 서먹해졌다. 갈등의 목회자는 제자리를 지켰지만, 교인들의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 여전히 곪아 있었다.

최근 담임목사의 표절 논란으로 어려움을 빚고 있는 쟌스크릭 한인교회를 보면서 또다시 마음의 안식처가 분열되는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이 교회는 수년 새 미주 성결교단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교회로 성장할 정도로 한인사회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의 모습은 기자의 어린 시절, 둘로 쪼개졌던 한국의 모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의견이 다른 교인들이 말도 섞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또 일부 교인들은 문제의 시발점이 된 목회자를 따라 떠나갔다. 누구든 할 말이 있고, 억울한 점도 있으리라. 그러나 가족같이 지낸 친구와 동역자들과 등을 져야하는 교인들의 마음의 상처는 누구의 책임인가.



기자가 알고 있는 그 목회자는 교회 성장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교회를 성장시키는 은사’를 받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기자가 접해 본 교회 관계자들 역시 “표절 논란이 된 설교만 제외하면 완벽했다”고 평한다. 성도들과의 관계, 교회 안팎의 일들을 챙기는데도 꼼꼼했다고 한다. 큰 교회의 담임목사로서 너무 많은 일들을 소화하다보니 정작 설교에 대한 부담감이 컷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 교계 인사는 “대형교회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점이 이런 식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담임목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설교에 집중하는 것일까 아니면 교회를 잘 운영하는 것일까. 굳이 정답을 말하라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아닐까. 물론 선택은 목회자의 몫이다. 또 사임한 목회자의 결단이 ‘조금 달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교회에 남아있는 교인들, 그리고 목회자를 따라간 교인들, 그리고 그들이 매일 찾고 부르짖는 ‘하나님’의 마음은 어떨까.

새로 개척을 준비 중인 교회의 예배 처소는 쟌스크릭 한인교회가 위치한 곳에서 약 5분 거리의 고등학교라고 한다. 두 교회간 거리는 수 마일에 불과하지만 서로 나뉘어진 마음의 거리는 얼마나 더 멀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교회의 아픔은 고스란히 교인들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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