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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이민자를 거부하는 무식한 정당?

정치에서 정당의 이름이 자주 바뀌어서 일반인들의 머리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특히 정치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더구나 심하다. 한국의 정치 현상은 아직도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나아지겠지만, 아직도 정치가 혼란스럽다는 얘기다. 미국도 독립한지 오래되지 않았을 때는 그랬다. 남북전쟁 이전에는 여러 정당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했는데, 그 여러 정당 중에 ‘무지당’이라는 황당한 뜻의 정당이 한 때 존재했던 것이 흥미롭다. 영어로는 ‘Know-nothing Party’라고 한다.

Know-nothing Party는 1840년대에 생겨났다.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다 보니 마침내 정당으로 발전한 것이다. 1840년대에는 독일 사람들은 미국 중서부에, 아일랜드 사람들은 동부 지방에 대거 이민했다.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들은 위협을 느끼지 시작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잃을 것이 많겠다고 지레 겁먹은 것이다. 이렇게 이민자 때문에 일자리를 잃겠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모여 정당을 이룬 것이 바로 Know-nothing Party이다. 이들은 특별히 새로 이민온 독일 사람들과 아일랜드처럼 천주교 국가에서 이민온 사람들을 미워했다.

Know-nothing Party의 세력이 형성되던 초기에는 자신들의 정체를 바깥으로 알리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비밀로 했다. 그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정체를 물으면 “I know nothing”이라고 대답하기로 자기들끼리 결정했다고 한다. 거기서 유래하여 정당의 이름이 Know-nothing Party이라고 비공식적으로 정해졌다. 공식 정당의 이름이 정해지기 이전에는 그렇게 불렀다. 그러다 1850년에는 공식적인 이름을 택했는데, 그 이름이 ‘American Party’이다. 근래에 “America First”라고 외치는 구호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들이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는 이민을 극소수만 받아 줄 것,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말 것, 외국 출신자에게 공직을 주지 말 것 등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말도 안되는 구호가 대중에게 먹혀 들기 시작했다. 1852년에는 지방 선거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더니, 1854년에는 연방 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내이 상당히 많은 후보자를 배출했다. 그리하여 1855년에는 연방 하원에서 43명의 Know-nothing Party 소속 하원의원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가 Know-nothing Party의 최고로 좋은 시절이었다. 그 이후로는 Know-nothing Party가 분열되어 세력이 약화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노예제도였다. 북부에 사는 Know-nothing Party 당원들은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쪽으로 줄을 서고, 남부에 사는 당원들을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런 분열된 상태에서 1856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Know-nothing Party’는 밀라드 필모어(Millard Fillmore)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으나 4등에 그쳤다. 필모어가 전직 대통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당해 Know-nothing Party 자체가 커다란 수모를 겪었다. 그이후로는 Know-nothing Party가 눈녹듯 자취를 감추었다.

그후 Know-nothing Party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다른 사람들이 1870년대와 1880년대에 Know-nothing Party의 공식 명칭이었던 American Party라는 이름을 당명으로 정해 정당을 다시 만들어 활동한 적이 있었다. 특히 1886년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진 American Party 역시 캐치프레이즈를 외국인 이민자를 차별하는 데에 촛점을 맞추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많이 분포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을 포함한 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으나 오래 존속하지 못하고 슬며시 없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밥그릇을 놓고 싸움을 벌인다. 특히 이민자들에게 밥그릇을 빼앗긴다고 호들갑을 떠는 기득권자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에는 “America First”라는 구호에 많은 백인들의 쏠림이 심하다. 혹시 그 속에 인종 차별의 속셈이 있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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