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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쓰는 편지] 슬프고 심오한 사랑을 표현한 4악장 인기
<말러 교향곡 5번 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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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12/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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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4개의 교향곡과는 다른 모습을 지닌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은 1901년에서 1902년 사이에 작곡되었다. 표제를 지니고 있고(나중에 삭제되었으나), 가곡에서 소재를 가져왔었던 1~4번 교향곡과는 달리 오직 순수기악곡 작품으로서, 20세기로 넘어온 이 시기는 말러의 음악적 발전 단계에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3주 전 소개했던 칼럼(말러 교향곡 2번)에서 언급하였듯이 말러는 매우 신중하고 완벽하길 원하는 성격을 가졌고, 교향곡 5번 역시 초연 이후에도 끊임없는 수정 과정을 반복하였다. 1904년 쾰른에서 말러 자신의 지휘로 초연된 이후 이 곡이 연주될 때마다 새로운 수정본을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문제는 출판업자의 입장이었다. 당시 악보는 금속판형을 만들어 악보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인쇄되고 출판되었는데, 매번 다른 수정본에 맞춰 금속판형을 만들고 출판하는 일은 돈이 많이 들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말러가 이 곡을 작곡하던 1901년은 여러 면에서 그에게 행복하고 인상적인 시기였다. 이 해에 교향곡 5번의 세 악장과 8곡의 가곡을 작곡하였고, 부인 알마 쉰들러를 이 때 만났기 때문이다. 애초에 말러는 이 작품을 총 4악장으로 구성하려 했지만, 쉰들러를 향한 사랑의 연애편지 같은 아다지에토 (Adagietto) 악장을 작곡하였다. 아다지에토는 4악장이 되었고, 마지막 악장인 5악장과 주제 면에서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5악장은 1902년에 작곡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교향곡 5번의 총 연주시간은 70분이다. 말러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교해 긴 연주 시간은 아니지만, 여전히 다른 작곡가의 일반적인 교향곡에 비교하면 긴 편이다. 1악장은 올림다단조인데, 말러는 올림다단조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각 악장은 모두 다른 조성으로 작곡되어있다. 말러는 이 작품을 각 악장의 연계성에 따라 총 3개의 큰 부분으로 나누었다.

제1부는 1, 2악장, 제2부는 3악장, 그리고 마지막 제3부는 4,5악장으로 나눈다. 장송행진곡으로 시작하는 1악장은 제1부의 전주라고 할 수 있고, 길이도 여느 1악장들보다 짧다. 가단조의 2악장은 본격적인 제1부의 실질적인 1악장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첫 버전의 악보에는 제시부에 반복표시까지 적혀있고, 말러 자신도 자필 악보에 ‘주 악장(Hauptsatz)’라고 표시하였다. 1악장과 2악장은 리듬 측면에서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2악장의 제 2주제는 1악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라장조인 3악장은 스케르쵸 악장이다. 보통의 교향곡들 역시 3악장이 대부분 스케르쵸 악장인데, 말러 교향곡 5번의 3악장이 조금 다른 점은 이 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대부분 교향곡의 스케르쵸 악장들은 길이가 짧고 지나가는 가벼운 악장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스케르쵸는 5개 악장 중 길이도 가장 길고, 크게 나누어 보았을 때에도 제2부에 혼자 있을 만큼 비중이 크다. 전형적인 스케르쵸가 아닌 소나타 형식과 결합한 형태로서 제시부-트리오1-제시부의 재현-트리오2- 발전부- 재현부- 코다 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러한 진행 속에 주제들이 다양하게 발전되고 변형된다. 이 3악장에는 호른의 독주파트가 있는데, 독주부분은 오케스트라의 호른연주자가 앉아서 연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리에 서서 연주하거나 협연자처럼 무대 앞부분으로 나와 지휘자 옆에서 서서 연주하기도 한다. 서서 연주하라는 지시는 말러에 의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말러가 이 부분을 Corno Obligato (Horn Obligato)라고 직접 명시하였기 때문에 당시 지휘자 멩겔베르크를 포함한 많은 지휘자가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호른연주자가 협연자의 느낌으로 독주파트를 연주하도록 하였다. (Obligato: 작곡가가 직접 표기한 악기와 악보 그대로 어떠한 변화나 삭제 없이 연주하라는 뜻).

마지막으로 제3부에 속하는 4, 5악장 역시 1, 2악장과 비슷하게 4악장이 마치 전주의 느낌을 주고 5악장이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4악장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알마 쉰들러를 향한 말러의 사랑을 노래한 악장이다. 이 악장은 말러의 모든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이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 곡은 사랑을 노래한 음악이라고 하기엔 어떤 면에서는 조금 심오하고 슬프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어떤 이들은 이 악장을 존재의 슬픔을 그린 음악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그녀를 향한 사랑이 쉽게 깨져버릴 것만 같은 안타까운 아름다움이 묻어있는 음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지막 악장인 5악장은 4악장과는 대조적으로 빠른 템포 안에서 밝고 화려한 피날레이다. 금관악기의 팡파르가 피날레에 등장하면서 환희에 가득찬 화려함으로 곡을 마무리한다.
1901년 이후에도 말러는 가곡을 작곡하였지만, 이전과 비교하였을 때 가곡보다는 순수기악곡에 집중하였다. 물론 그의 교향곡 8번은 합창교향곡이지만, 8번을 제외한 교향곡 5번부터 미완성 교향곡 10번까지 곡들은 말러의 기악곡 성격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몇 주간의 칼럼에서 말러의 총 10개 교향곡 중 절반을 소개했는데, 앞으로 남은 여정도 함께하길 기대해본다.

이효주/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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