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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에이 씨... 바보야!" - 올림픽 '아수라 중계', 왜?

[발행인칼럼] 김 영 종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계진이 흥분한 나머지 거침없는 지시조의 반말과 감정에 치우친 해설로 논란을 빚고 있다.

SBS 김봉조 해설위원은 12일 열린 남자수영 200m 자유형 결선 중계도중 "태환아! 힘을 내야지, 아, 뭐야"라는가 하면, 심권호 해설위원은 레슬링 경기를 중계하며 "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에이 씨- "하며 소리치기도 했다.

이쯤되면 가족들과 시청하는 방송용어로 부적합한 것은 물론 품위도 '땅바닥'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간단하다.

해설가의 시각이 선수에 맞춰져 있느냐, 관중에 맞춰져 있느냐에 따라 해설 내용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원래 TV.라디오 방송사의 '입담' 좋은 해설위원들은 거의가 관중들의 입장에 선다. 방송사가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권투해설의 1인자 오일룡(전 KBS스포츠국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유제두.박종팔등 우리선수들이 초반에 자꾸 잽을 맞으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 "잔매에 장사없다"는 식의 그럴싸한 '어록'을 우선 쏟아냈다.

문제는 13~14회- 우리 선수가 기진맥진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으레 튀어나오는 말이 "이제 히든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멘트다.

만약 선수가 이 말을 들었다면 그야말로 '미치고 팔딱뛸' 소리다. 히든카드는 커녕 링에 서있기도 힘든 판에 무슨놈의 히든카드인가. 그래도 시청자들은 혹시 히든카드가 있나 기대를 건다. 선수 입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순전히 시청자 편에 선 해설이다.

야구 해설의 1인자 하일성의 경우도 양팀의 작전보다는 선수들의 사생활 뒷 얘기들로 시청자를 몰고 간다.

바둑 타이틀 전에서도 마찬가지-. 수년전 작고한 김수영 7단은 수(手)보다는 손자병법을 비롯 삼국지의 제갈 량.맹획등을 빗댄 '이야기'에 훨씬 더 비중을 뒀다. 역시 관전자 입장에 선 해설이다.

선수가 직접 해설을 맡을 경우도 간혹 있다. 처음엔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 상금 40만달러가 걸린 첫 '응창기배' 때 당대 최고수 이창호 9단이 돌연 TV앞에 섰다. 노영하 해설위원이 "이쪽으로 두면 어떻게 됩니까?" 하고 묻자 이창호는 어눌하기 짝이없는 말투로 단 한마디 "다 죽어요!" 하더니 해설없이 30~40수 앞의 변화도를 치밀하게 짚어 나갔다.

관전자들은 한 눈에 30~40수 앞을 빈틈없이 내다보는 그의 엄청난 수읽기 능력에 감탄을 연발했지만 그의 해설은 그 날이 마지막이었다. 그렇게해서는 시청률이 안 올라간다는게 방송사측의 '해고' 이유였다.

2006 월드컵 땐 해설자로 나선 차범근 아들 차두리 선수가 화제가 됐다. 차두리를 기용한 MBC는 신선하다는 평과 함께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

하지만 전후좌우 안 살피는 그의 해설이 마지막 '한국-스위스'전에서 그만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선심이 깃발을 들었는데도 주심이 골을 인정하자 차두리는 "저건 사기예요!" 하며 소리쳤다. 순간 아버지 차범근이 아들을 향해 무섭게 두 눈을 부릅떴다. 예민하기 짝이없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보기에 위험천만한 '해설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차두리(MBC)와 신문선(SBS)은 당시 '한국-스위스 전'에서 발생한 오프사이드 시비에 정반대의 해설을 했다. 같은 상황을 놓고 두 방송사의 해설이 완전히 다르게 나온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신문선(50)은 능숙한 말 솜씨를 지닌 축구해설의 1인자다. 차두리는 독일 마인츠05 소속 축구선수다. 그동안 차두리는 선수 입장, 신문선은 관중 입장에서 0.01초의 순간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MBC와 SBS는 시청률을 높여보려고 전문해설가 아닌 인기 운동선수를 기용했다. 이게 탈이 났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심권호 (SBS)는 정지현선수의 60kg급 그레코로만형 8강경기를 해설하는 과정에서 "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 야! 안돼" "밀어붙여"등 지나친 반말과 소리를 질러댔다.

중간중간 "에이,씨~에이, 씨~" 소리도 연발했다. 정지현의 경기가 풀리지 않자 나중에 "이 바보야!"라는 소리까지 질렀다. 아수라장이 따로없었다. 이건 해설이 아니라 응원이다.

해설은 역시 선수가 아닌 전문해설가에게 맡기는게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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