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간절한 마음으로 청해야 할 것
박비오 신부 /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히브리말로 'emet'은 '진실'이라는 뜻이다. 이 'emet'이 라틴어 'veritas'로 번역되었다. '진실'이 '진리'로 번역된 것이다. 요한복음 8장에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라는 말씀은 철학적 의미의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말이 아닌데 우리는 철학적 진리처럼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서 '진리'는 '진실' 곧 '하느님의 진실한 사랑'이다.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하느님 사랑의 육화가 누구인가. 나자렛 사람 예수가 아닌가. 그렇다면, 예수님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뜻이다.
예수님을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은 참 무섭다. 그분은 우리를 산산조각내고 짓이겨서라도 기어이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신다. 이사야 예언자는 그 사랑을 이렇게 선포했다.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들이 흔들린다 하여도 나의 자애는 너에게서 밀려나지 않고 내 평화의 계약은 흔들리지 아니하리라."(이사 54,10) 하느님의 사랑은 그렇게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 사랑이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좀 더 잘 알 필요가 있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는 '보다 더 그리스도를 잘 알기'에 모든 초점을 맞췄던 인물이다. 그는 '그리스도를 알고 싶기 때문에 성경을 읽고 듣고 보고 말하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내적 인식'이라고 표현했는데 예수님께 대한 이 인식은 일반적인 지식이나 정보와 달리 생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내적 인식은 우리를 구체적으로 우리가 느낀 대로 활동하게 한다. 이 인식은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우리의 열망을 깨워 예수님의 거룩한 열정을 닮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 준다. 바로 그 마음을 구하는 것이 청원기도의 목적이다. 그 마음을 구하는 것이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항구하게 청해야 할 내용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쉼없이 청해야 할 내용은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을 닮고 싶은 열정이다. 달리 표현하면, 하느님의 사랑이다.
우리의 순수한 열망은 원죄(原罪. peccatum originale)로 말미암아 무질서하게 변해 버렸고, 우리는 그 무질서함을 통해 많은 오류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청원기도를 통해 우리의 열망이 정화되기를,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품을 수 있기를, 예수님과 하나 되기를 간절히 그리고 쉼없이 청해야 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루카 11,9)
park.pio@gmail.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