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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김병호 작가 흑백사진에 반쪽 인생을 담다

사진작가 김병호(71)씨는 1/2인생을 산다. 암이 폐까지 전이되면 서다. 그는 2주에 한 번씩 키모를 받는다. 키모 후 한 주는 꼼짝없이 침대 신세다. 하루 14시간 이상 잠을 잔다. 깨어있는 시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는 힘들다.

"키모를 하고 일주일이 지나면 회복이 돼요. 그때부터 한주간은 정상적인 삶을 살죠." 그에게 주워진 반쪽 인생이다.

김씨가 사진을 알게 된 건 불과 15년 전이다. 나머지 그의 인생은 사진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한국 대기업에 입사한 후 25년을 직장과 일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았다. "직장에 다닐 때는 완전히 일에 매몰됐었던 것 같아요. 바깥세상을 알지 못했죠." 그가 사진을 알게 된 건 50세가 되던 해 시작해 승승장구하던 사업의 실패를 맛본 후다.

"사업에 실패하고 산을 타기 시작했어요. 당일로 갈 수 있는 가까운 산은 다 다녀본 후 시에라네바다 쪽의 산에 다니기 시작했죠. 거기서 사진작가 갤런 로웰의 작품을 보게 됐어요. 사진이 아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죠. 그때부터 사진기를 들고 산을 타기 시작했어요."



이후 사진에 빠져들었고 나중에는 전문사진학교(New York Institute of Photography)에도 등록해 사진을 배웠다. 늦게 배운 사진이었지만 주류사회에서 인정도 받았다. 대표적인 흑백사진 전문 매거진 '블랙&화이트'에서도 수차례 그의 사진을 게재했다. 다양한 사진 콘테스트에서 16번이나 입상한 것은 물론 그룹전과 개인전까지 여러차례 열었다.

그렇게 뒤늦게 시작하고 인정받은 사진이어서인지 투병으로 많은 것을 내려놓은 지금도 그는 사진만큼은 욕심이 난다고 얘기한다.

"아프고 나서는 삶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고 욕심도 없어졌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진에 대한 욕심은 사그라지지 않더라고요. 물론 이제는 사진을 예전처럼 많이 찍지는 못해요. 몸이 정상인 주에 조금씩 찍는 거죠." 그래서 그의 사진 한장 한장은 더없이 소중하다.

김 작가의 사진은 흑백이다. 많이 담기보다는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만을 잘 전달하고 싶어서다.

"제가 얘기하고자하는 바를 흑백이 더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어요. 아프다고 작품이 달라진 것은 없어요. 그저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더 담담해진 것 뿐이죠."

그의 인생은 앞으로도 반쪽이다. 그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의학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그는 키모를 계속해야 한다.

"만약 신기술이 개발돼 완치가 된다면 사람을 더 찍어보고 싶어요. 세상만물 중에 사람처럼 다양한 게 있을까요. 수십억 인구 중 같은 얼굴은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그리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 미움.사랑.증오.분노… 얼마나 다양한가요. 사람처럼 무궁무진하게 개발할 수 있는 소재는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오늘도 셔터를 누른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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