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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 공부는 나를 찾아가는 길"…'뉴 보이스' 수상자 캐서린 정

영문 소설 '잊혀진 나라' 출간

‘엄마(Umma)’‘만세(Mansei)’‘광주(Kwangju)’‘정신 차려(Jungshin chalyuh)’. 지난 3월 출판된 영문 소설책 ‘잊혀진 나라(Forgotten Country, 리버헤드 출판)’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이 종종 눈에 띈다. 지난 3월 출간된 이 책의 저자는 한인 2세 캐서린 정(사진)씨. 정씨는 2010년 영국의 문학잡지 ‘그랜타(Granta)’가 매년 수여하는 ‘뉴 보이스’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뉴 보이스 상은 눈에 띄는 신인 작가 6명을 뽑아 작품을 쇼케이스한다. 지난 6월에는 코리안아메리칸시민활동연대(KALCA)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한 정씨는 촉망 받는 신인 작가다.

정씨의 데뷔 작품인 ‘잊혀진 나라’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한 가족의 이야기다. 어느 날 동생 한나가 사라지고 아버지는 위암으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언니 제이니는 가족들 사이에 비밀로 숨겨졌던 사실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는 한국전쟁·군사독재정권·민주화 운동 등 한국의 역사적 사건들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도 어떻게 한국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냐는 물음에 그는 태연스럽게 “한국인이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대답한다. 다음은 정씨와의 일문일답.

-언제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나.



“7살 때부터요.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시를 쓰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고 그런 내용이었는데 아직도 기억나요. 근데 제가 5살 때까지 영어를 못했어요. 부모님께서 그때까지 한국어만 가르치셨거든요. 학교에 입학해서도 애들이랑 대화도 잘 못했어요. 교실에 있어도 애들이 무슨 말 하는지 이해도 안되고 할 말도 없고 그랬는데 글을 쓰니 저만의 세상이 생기는 거 있죠.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이 제가 생각하는 것을 글로 표현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럼 대학에서 글쓰기를 전공했나.

“아니요. 제 전공은 수학이에요. 글 쓰는 거랑 수학은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제겐 수학이 스토리텔링 같았어요.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가설을 제시하면 거기에 반박해 또 다른 가설을 제시하고 증명해 나가는 게 마치 뭔가를 논의하는 것 같았거든요. ‘내 생각엔 이런 것 같다, 네 생각은 어떠냐’라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걸 보며 수학이 글 쓰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수학도 하나의 언어인 셈이죠. 저도 대학교 가기 전까진 수학을 싫어했어요. 교과서에 보면 슈퍼마켓에 음료수가 4000캔이 있는데 그걸 어쩌고 저쩌고 하는 문제들 꼭 있잖아요. 딱 질색이었어요.” (웃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한국 역사를 잘 안다.

“전 한국인이니까요. 한국인이라면 원래 다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저는 할머니와 부모님과 굉장히 가깝게 지냈어요. 컴퓨터과학과 교수이신 아버지 때문에 시카고·뉴욕·뉴저지·미시간 등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가족들끼리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듣게 됐어요. 평소에도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요. 제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한국과 관련된 소설을 쓸 계획이 원래 있었나.

“사람에 대해 쓰고 싶기도 했고, 한국인에 대해 쓰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사실 그냥 ‘글’이 쓰고 싶었죠. ‘자매’라는 주제는 제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에요. 처음에는 그냥 여동생이 사라진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근데 거기에 평소 잘 알고 있던 한국 역사 이야기가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잘 알고 가까이에 있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쓰게 되잖아요.”

책의 주인공 제이니가 발견하게 되는 가족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이 가족에겐 세대마다 딸이 한 명씩 사라지는 미스터리가 있다. 사라진 한나를 찾지 않고 아빠의 위암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떠나는 부모님을 따라가려는 제이니에게 엄마는 어릴 때 죽은 이모 이야기를 해준다. 대학 기숙사에 살던 이모가 북한군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난 이모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제이니에겐 한나를 꼭 찾으라고 당부한다.

-매번 여형제가 한 명씩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

“맞아요. 무섭죠. 한국 역사를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어요. 우리 부모님 세대만 봐도 비극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잖아요. 6·25도 그렇고 독재정치도 그렇고. 그런 걸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통해 역사가 한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역사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방식 등에 영향을 미쳐요. 가끔씩 우리도 어떤 일을 대할 때 왜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잖아요. 화가 나는데 왜 화가 나는지, 무서운데 왜 무서운지 모를 때요. 짧은 기간 내 엄청난 성장을 이룩한 한국은 겉으로 보면 성공한 나라지만 그 속에는 40~50년 전 아픈 기억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역사적 사건을 직접 경험한 어른 세대들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체험한 젊은 세대들이 함께 살고 있으니 세대 간 차이가 생기는 건 당연하죠. 그래서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에요. 역사를 알게 되면 어른 세대들과 젊은 세대들 간 차이도 분명히 줄어들 거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19세기 초에 살았던 여자 수학자에 관한 내용이에요. 당시 여자들은 정식 교육도 받지 못하고 투표할 권리도 없었잖아요. 그럼에도 수학자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여성들이 있거든요. 독일과 프랑스 등지를 돌아다니며 리서치를 할 계획이에요. 가을에는 ‘아시안 아메리칸 작가 워크숍(Asian American Writer’s Workshop)’에서 글쓰기를 가르쳐요. 아, 그리고 언젠가 한국 출판사가 제 책을 번역해서 출판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웃음)

이경아 인턴기자 lka172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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