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안 꾸며주니까 '않

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어교육

맞춤법을 자꾸 틀리는 이유는 발음에 있다. 우리말의 자음 중에서 발음이 정확히 되지 않는 게 바로 히읗이다. 따라서 히읗이 받침에 들어가는 어휘의 경우는 자꾸 혼동이 된다. '낳다'의 경우에는 뒤에 거센소리로 발음 나는 말이 오면 덜 틀리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자꾸 틀린다. 예를 들어 낳고는 잘 안 틀리는데 '낳는'은 혼동이 된다는 말이다. 또한 '새끼를 낳지만'이라고 말하는 경우에도 [나치만]으로 발음하지 않고, [나찌만]과 같이 발음하는 경우가 있어서 혼동을 한다. 발음만 정확하게 해도 히읗 받침은 덜 틀릴 수 있다.

비슷한 경우로 '안'과 '않'을 틀리는 사람들이 많다. 의외로 맞춤법을 잘 아는 사람도 이 두 표현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않과 안은 전혀 다른 말이다. 발음만 비슷하지 사용에는 차이가 분명하다. '안'은 다른 말을 꾸밀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즉 다른 말을 부정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안 먹고, 안 쓰고, 안 자고, 안 입고'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쉽지 않은가? 뒤에 무조건 다른 단어가 온다. 여기에는 '되다, 하다'도 포함된다. 되다와 하다도 안 되고, 안 하는 것이다. 틀릴 이유가 없는 말이다.

반면에 '않'은 그 자체가 어휘이고 어간이다. 어간이라는 말은 뒤에 어미가 온다는 말이다. 따라서 다른 단어가 오면 안 된다. 당연히. '-고, -으니, -으면, -을, -다, -는다, -습니다, 으니까, -구나/는구나' 등이 온다. 뒤에 꾸며줄 만한 어휘가 올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를 '않'을 모든 곳에 쓰는 것이다. 사실상 안와 않을 구별 못하는 게 아니라, 않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않 돼!'라고 쓰는 예를 보게 되는데, 이것은 '않'을 부정의 대표 선수로 보기 때문에 일어난다.

또 한 가지 힌트를 주자면 '안'은 뒷말을 꾸미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한다. 뒷말과 띄어 써야 한다면 무조건 '안'으로 써야 한다는 말이다. 안 쓰면 안 된다. 또 하나 '않'은 주로 처음에 나오지 않는다. 주로 앞에 '-지'가 와서 '-지 않다'의 모양을 만든다. 문법에서는 '안'이 들어가면 짧은 부정, '않'이 들어가면 긴 부정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않은 보통 앞에 '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한 글자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안 먹다'와 '먹지 않다'를 비교해 보라. '지' 때문에 길이가 달라졌다.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안'을 안 쓰는 경우도 있다. 보통 단어가 4글자(음절) 이상이 되면 짧은 부정은 힘이 든다. 그래서 '하다'가 들어가 있으면 중간을 끊어서 넣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안 사랑하다'보다는 '사랑 안 하다'를 선호한다. 물론 긴 부정인 '사랑하지 않다'라고 써도 된다. '하다'가 들어있더라도 앞부분이 독립적으로 잘 쓰이지 않으면 긴 부정으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미안하다'의 경우에 '미안 안 하다'보다는 '미안하지 않다'가 자연스럽다. '고즈넉하다'의 경우도 '고즈넉하지 않다'가 자연스럽다. 한편 '하다'가 없는 4글자 이상의 어휘는 그냥 긴 부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름답다'의 경우는 '안 아름답다'가 어색하다. 그래서 '아름답지 않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긴 부정보다는 짧은 부정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동의 말이나 글을 보면 '안' 투성이다. 짧은 부정의 말과 글을 과도하게 사용한다. 잘 살펴보라. 안 공부할래요, 안 사랑해요, 안 아름다워요와 같은 말을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다. 보통 긴 부정은 공식적인 느낌을 준다. 보통 언어에서 표현이 길어지면 완곡하거나 정중한 표현처럼 느껴진다.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표현이 짧아지는 것을 반말이라고 한다.

'안'과 '않'의 구별은 어렵지 않다. 뒤에 꾸며줄 말이 오면 '안'이고, 뒤에 어미가 오면 '않'이다. 간단하게는 안은 '아니'로 바꿔 쓸 수도 있다. 어렵지는 않지만 설명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자꾸 틀린다. 오늘부터는 '않'과 '안'을 틀리지 않기 바란다. 이 글 안에도 '안'과 '않'이 엄청나게 많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