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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왜 고려를 코마라고 할까?

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어 전공

일본에서는 고려(高麗)를 코마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고구려(高句麗)를 코마라고 한다. 일본서기를 보면 고구려를 모두 고려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그 발음은 [코마]로 하고 있다. 일본에 가서 발견하는 고려라는 표기에는 예외 없이 코마라는 발음표기가 덧붙여져 있다. 고려신사(高麗神社)를 [코마진자]라고 한다. 고려문(高麗門)을 [코마몬]이라고 한다. 왜 고려를 코마라고 할까?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고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라(新羅)는 [시라기]라고 하고, 백제(百濟)는 [쿠다라]라고 한다. [코마]나 [시라기]에서는 어느 정도 발음의 유사성을 볼 수 있지만 [쿠다라]는 완전히 달라서 백제를 훈독으로 읽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에서 지금도 부르는 명칭이 원래 한반도에서 부르던 명칭과 더 가깝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자로 된 국명을 중국식 발음이 아닌 우리식 읽기 방법으로 읽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명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서라벌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고구려를 고려라고 부르는 것은 역사학자의 도움을 더 받아야겠으나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고구려의 원래 명칭이 고(高)씨 성을 가진 사람의 구려(句麗)라는 나라라고 삼국사기에 나와 있기 때문에 구려(句麗)가 본래 국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통일신라 다음의 통일 국가인 고려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다. 고려는 고구려의 뒤를 있는다는 의미에서 고려라고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고구려를 코마라고 불렀을까? 삼국사기의 백제에 관한 기록을 보면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백제 역시 고구려의 첫 임금 주몽의 아들이 세운 나라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또 다른 고구려라고 할 수 있다. 국명은 백제라고 지었지만 도읍명은 놀랍게도 위례성(慰禮城) 또는 고마(固麻)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여기에 고마가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22대 문주왕 때 고마성에서 웅진(熊津)으로 천도를 하게 된다. 지금의 공주다. 그런데 이 웅진의 우리말 풀이는 바로 고마 나루다. 고마에 해당하는 표기로 곰 웅(熊)을 쓴 것이다. 고마성에서 고마 나루로 도읍을 옮겼다는 이야기다.



지명학을 공부해 보면 지명은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주할 때 원래 거주하던 지역의 이름을 가져가는 것이다. 미국의 지명 중 수많은 'New'가 이를 증명한다. 본래 영국 등에 있던 지명을 가져온 예다. 따라서 고마성이 고마 나루로 바뀌게 된 이유의 설명이 가능해진다. 위례성을 고마성이라고 한 것도 더 올라가보면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 고려, 고마는 모두 연결되는 명칭이다. 고마와 연관되는 지명으로는 개마(蓋馬)를 찾을 수 있다. 동부여의 금와(金蛙)왕의 발음에서도 고마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서 하나 더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마라는 표기에 웅(熊)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곰이라는 발음의 유사성에 의해 웅을 차용하였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신화 속에서 곰의 존재를 생각해 본다면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잇게 되는 존재다. 따라서 곰이라는 말은 실제 동물을 의미하든 민족을 의미하든지 간에 고조선, 고구려, 백제, 고려 등을 대표하는 명칭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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