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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사랑, 주님의 유산

김문수 / 퀸즈정하상천주교회 주임신부

얼마 전 휴가 때에 밤하늘의 은하수를 본 적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많은 별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참 신비로운 광경이었습니다. 이에 윤동주님의 시 '별을 헤는 밤'을 생각했습니다. 별을 헤며 추억을 떠올리다 결국 어머니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자신의 '부끄러운 삶'을 되돌아보고 결국 부활을 꿈꾸는 시인의 절절한 마음과 희망이 잘 드러나는 시가 은하수를 통해 또 다른 맛으로 전해졌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내 이름이 묻힌 무덤에도 자랑스럽게 풀이 무성할 거외다."

그리고 수많은 별로 수놓아진 밤하늘 어디엔가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계시지 않을까 하는 아이 같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별 하나에 십자가와 별 하나에 계명과 별 하나에 예수님의 사랑, 사랑… 그리고 별 하나에 영원한 우리 부활의 속삭임.

부활 후 40일이 지난 목요일 제자들과의 여정을 마치신 예수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주님 승천 대축일'을 지냈습니다. 이에 하늘로 올라 아버지께 가신 예수님을 그리며 또 별을 헤아려 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떠나 아버지 곁으로 가신 이유는 결국 세상의 구원이 당신을 통해 우리의 삶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아버지의 말씀이고 이를 배우고 그 신비를 경험한 제자들에게 맡기고 떠나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것처럼 예수님도 당신의 제자를 믿습니다. 당신의 제자가 그 제자의 제자가 당신의 계명을 따를 것을 믿습니다.



이제 주님의 제자들은 단순히 예수님을 따르며 가르침을 받는 이들이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인 계명을 살아가는 이들이며 나아가 그 계명을 세상사람들에 전하는 이들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세상의 길을 따라가는 이들이 아니라 그 계명의 새 길을 내는 이들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이들, 세상이 모르는 길을 내는 이들이 되었습니다.

요한복음은 하느님의 말씀이신 새 계명을 이렇게 전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13:12) 그리고 승천하시며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20)

그런데 세상은 마키아벨리즘식의 기만과 약육강식의 경쟁 법칙이 진리인 양 살아갑니다. 힘 있고 가진 자는 그 힘을 독점하고 세습하며 기득권자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약자 위에 군림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무색해집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랑은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헤매는 바보 같은 착한 목자의 사랑입니다. 그런데 목자가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헤매는 사랑이 없으면, 그 목자가 우리 안에 있는 기득권의 양들만 돌보면 그는 이미 하느님의 착한 목자가 아니라 맛을 잃은 소금일지도 모릅니다.

세례 받은 모든 이들은 서로에게 착한 목자이어야 하고 서로 돌보며 세상에 하느님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십자가를 지는 고통이 올지라도, 그 십자가에 목숨을 받칠지라도 가야만 하는 길은 바로 '이웃 사랑'의 길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갑'이 되려 긴장하고 투쟁하기보다, 서로가 서로의 '을'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랑'의 세상이 바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지'는 것이며 바로 하느님의 나라가 오시는 것입니다.

오늘 별을 헤며 예수님의 계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간 성인들과 하느님만 아시는 이름 모를 성인들을 생각해 봅니다. 별 하나에 베드로를. 별 하나에 바오로를… 먼 훗날 별 하나에 저의 삶이 기억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승천하신 예수님을 뵈올 때 빙그레 웃는 얼굴을 그려봅니다.

이에 오늘 서로가 서로에 긴장하지 않고 예수님의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을 발견하길 꿈꿔봅니다. 언젠가 봄이 오면 풀이 무성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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