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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유별(有別)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어떤 어휘는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정적인 줄 알았던 단어의 의미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깊은 묘미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말 '유별(有別)'이 그런 단어 중의 하나이다. 유별은 일반적으로 다름이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는 '유별'이라는 표현을 두 장면에서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유별나다'라는 표현이다. 유별나다는 말은 원래 보통의 것과는 다르다는 의미로 특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자기만 특별한 줄 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똑같이 대하는 것을 싫어하고 본인을 달리 대접해 달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저 사람은 유별나다고 하면 칭찬이 아닌 것이다. 물론 유별나게 그곳에 가고 싶다든지, 유별나게 그것을 먹고 싶다든지 하는 표현을 하면 '특별히'라는 의미가 살아나기도 한다. 유별의 별은 나눈다는 의미이고, 다르다는 뜻이다. 다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 유별이 되고, 이를 더 강조하면 특별이 된다. 따라서 별은 유별이고, 특별이다.

우리는 '유별나다'를 줄여서 '별나다'라고도 한다.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별난 사람이 없었다면 세상은 지금처럼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별난 존재다. 단 한 명도 같은 사람이 없으니 모두 별난 사람이고 모두 특별한 사람이다. 별난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랑 다른 사람들이다. 나 역시 별난 사람이고, 특별한 사람이다.



유별이 쓰이는 또 다른 장면은 '부부유별'이다. 부부유별을 마치 차별의 상징처럼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마치 남자와 여자는 서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오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유별의 의미를 다름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다르다는 말은 특별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야 부부유별의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부부유별은 부부특별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특별한 존재다. 남편이 남편으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아내는 아내로서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 서로가 할 수 없는 특별함을 가져야 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또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서 특별함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평생 계속되어야 하며, 그 특별함에 고마워해야 한다. 그게 부부유별이다. 부부는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들이다.

부부유별이 세상으로 나가면 모든 이가 유별해진다. 나에게서 시작된 깨달음을 세상 속으로 바꾸는 것이 지혜가 되고, 철학이 된다. 부부만 유별한 게 아니고, 군신(君臣)도 유별하고, 부자(父子)도 유별하고, 장유(長幼)도 유별하고, 붕우(朋友)도 유별하다. 세상의 모든 이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이다. 오륜(五倫)의 내용은 서로를 바꾸어도 모두 깨달음이 된다. '유의(有義), 유친(有親), 유서(有序), 유신(有信)'이 모두 함께 쓸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서로의 특별함을 발견하고, 서로의 특별함에 감사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특별해진다. 유별난 세상이 된다. 서로 다르기에 재미있고, 서로 다르기에 특별하다. 이것이 바로 유별이 보여주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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