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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육당 최남선의 동양 평화론

이길주 / 버겐커뮤니티칼리지 역사학 교수

우리 한민족은 지금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 선생(이하 경칭 생략)이 한 세기 전 일갈한 동양평화론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기미년 독립선언서에 담겨있다.

육당은 "구시대(舊時代)의 유물(遺物)인 침략주의(侵略主義), 강권주의(强權主義)"를 추구하는 일본으로 인해 "동양(東洋) 전국(全局)이 공도동망(共倒同亡)의 비운(悲運)을 초치(招致)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일본의 팽창욕심으로 동양 전체가 함께 망하는 형국을 보았다.

원인은 중국이다. "동양안위 (東洋安危)의 주축(主軸)인 사억만(四億萬) 지나인(支那人)의 일본(日本)에 대(對)한 위구(危懼)와 시의(猜疑)를 갈수록 농후(濃厚)케" 하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일본이든 아니든 강하고, 호전적이고, 패권을 추구하는 경쟁국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있는 DNA를 갖고 있지 못하다.

세계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인구, 광활한 땅, 찬란한 문화적 유산, 경제적 생산성,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군사력. 이런 힘을 가진 나라가 심각한 콤플렉스를 안고 산다. '영토보존(Territorial Integrity)'에 대한 공포, 불안, 집착이다.



이런 중국에게 국경은 대동맥이다. 작은 구멍이 치사로 이어질 수 있다. 서세동점에 의해 영토와 주권을 처절하게 유린당하고 '아시아의 병자' 소리를 들었던 중국. 자연히 국경보호에 있어 강박관념에 가까운 경계심을 품고 산다. 중국이 도전 가능성이 있는 이웃의 존재 자체를 영토보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불안해하는 한 동양, 나아가 세계 평화는 불가능하다.

매를 들어야 할 때도 있지만 미국과 같은 대국은 일단은 주변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좋은 이웃 정책(Good Neighbor Policy)'의 정반대편에 중국의 외교 이념이 있다. 중화(中華)사상이다. 주변이 중심(중국)의 문화, 경제, 군사력의 그늘 아래 있음을 확실히 해두는 것이다. 이 영토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우월주의가 도전을 받으면 중국은 군사개입과 점령통치를 주저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지원으로 프랑스와 미국을 싸워 이긴 베트남의 호치민은 마치 육당의 제자라도 되는 듯 중화외교의 핵심을 꿰뚫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이미 베트남의 독립을 선언한 호치민은 고뇌에 찬 결정을 한다. 1946년, 그는 제한적이나마 프랑스의 베트남 식민통치 연장을 받아들였다. 승전국 지위를 갖고 베트남 북부에 진주한 중국을 의식해서였다.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했다. "앞으로 5년 동안 프랑스의 똥 냄새를 맡는 것이 내 평상 동안 중국의 똥을 받아먹는 것보다 낫다." 힘 있는 주변 국가를 가만히 놓아두지 못하는 중국의 의식구조와 행태를 파악했던 호치민이 반대론자에게 외쳤다. 벌써 잊었나. 지난번 중국이 베트남에 왔을 때 천 년을 버티지 않았나?

육당과 호치민의 주장대로 동양에서 각 민족이 자주성을 보장받고 평화 속에 살려면 중국의 강박관념을 관리해야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듯 '불안감 (Insecurity)'이 '피해망상 (Paranoia)'이 되어 '공격성(Aggression)'으로 표출되고, 종국에는 중화 패권주의로 고착되는 역사 전개를 방지하는 일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 사태 해결책으로 제시한 방법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도록 요구하기에 앞서 북한의 미래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불안정에 대해 극도로 불안한 중국을 먼저 안심시키라는 뜻이다. 새로울 것은 없다. 이미 육당이 한 세기 전 내놓은 혜안이다. "지나(支那)로 하야금 몽매(夢寐)에도 면(免)하지 못하는 불안(不安), 공포(恐怖))로서 탈출(脫出)케 하는 것"이 우선이다.

육당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용명과감(勇明果敢)으로써 구오(舊誤)를 확정(廓正)하고, 진정(眞正)한 우호적 (友好的) 신국면(新局面)을 타개(打開) 함"이다. 과거 뒤틀린 한반도 역사의 유산을 용기를 내어 고치고, 관련국들이 진정으로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라는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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