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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짙어가는 가을 색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거주

가을 색이 짙어지고 있다. 노란색 국화는 점점 더 황금색을 더해가고 있고, 붉은 꽃들도 색을 더해 붉은 물감이라도 쏟아 논 것 같다. 나뭇잎들은 아직 물들지 않았지만 단풍이 들기 직전의 짙은 녹색이 됐다. 햇빛은 밝아 진 대신 나무들과 수풀의 그늘은 짙어졌다. 뜨락이 갑자기 가득 차 보이는 이유는 수풀들과 나무들이 여름 동안 몸집을 불렸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까지 우량아처럼 한껏 성장 했던 이파리들과 꽃들은 이제 성장을 멈췄다. 아침 저녁으로 대기가 쌀쌀해지고 해도 짧아졌으니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생각중인 것 같다.

지금 이렇게 계절은 나뭇가지 위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곧 가을로 기울기 시작 할 것이다. 기온은 점점 더 내려 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더위를 어떻게 잘 피하는지를 생각하고 살았다면 앞으로는 추위를 어떻게 막을까 걱정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덥다고 투정을 하면서도 고운정 미운정이 들었던 여름과 잘 가란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갑자기 헤어지게 생겼다.

여름을 허무하게 보내야 했을 때처럼 가을은 맞을 준비도 미처 하지 못한 사이에 들이 닥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서야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다냐?"하며 당황하게 될지 모른다.



9월은 2017년의 달력에서 영원히 지워져 버리게 될 것이다. 9월의 코너에 남은 날들도 순차적으로 하나씩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갈 것이다. 이렇게 떠나 보낸 시간들과는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섭섭하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잇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아직 4월이었을 때는 그래도 한 해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8월이 되었을 때도 아직 여름이 남았다는 여유를 가질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아직도 10월과 11월, 12월이 남아있다고 생각해 봐도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경험상 한 번 기운 계절이 얼마나 빨리 가버리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선한 가을이 한 동안 머물 것이라고 생각해봐도 급격히 기울고 잇는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가 없다.

올해의 여름은 내 인생에서 단 한 번 주어졌을 뿐이다. 지난 여름 동안 맺어보지 못했던 열매는 가을에도 맺지 못할 것이다. 여름 동안 성장시키지 못했던 키는 가을에도 키울 수 없을 것이다. 여름에 가보지 못한 곳, 만나 보지 못했던 사람은 가을에도 가지 못하고 만나지 못할 것이다. 여름에 시도해 보지 못했던 일들은 가을에도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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