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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복이 있는 사람

양주희 / 수필가

나는 참 복이 많다. 복 중에서도 인복이 참으로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살아가며 문득문득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고 이 세상을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며 내 존재는 늘 나를 이루게 해주는 많은 이들이 있어 가능한 것임을 깨닫곤 한다.

복은 행운과는 다르다. 행운은 행복한 운수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고 그 운은 사람의 힘을 초월한 어떤 기운을 일컫는다. 그리고 행운은 어느 날 갑자기 예측하지 못하게 주어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제비뽑기를 했는데 큰 상품이 주어지는 행운 말이다. 그런데 복은 짓다 쌓다 만든다는 말이 떠오르면서 비록 복이 없었다 하더라도 내 노력 여하에 따라 주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옛 이야기에서 복은 빌릴 수도 있고 구할 수도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살았을 때의 일이다. 친구와 같이 공원을 산책하다 소경이 앉아서 점을 보는 것을 보았다. 심심하던 차 친구와 쭈그리고 소경 앞에 앉아 생년월일과 친구 남자친구 생년월일만 줬다. 한참을 생각하고 친구 손을 만지작만지작 하더니만 그 사람은 경고하듯 친구에게 말했다. 지금 사귀는 남자는 복이 하나도 없이 태어나서 결혼하면 엄청 고생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는 복이 3개 들어 있단다. 그 남자는 친구의 복을 빼앗아 살면서 편하게 유유히 산다고 했다. 무조건 이 남자와 결혼은 절대 반대라며 힘주어 말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하지만 자식이 3명인데 남편 복이 없으면 자식복도 없게 마련인데 자식 복은 터질 거라며 친구 점 쾌를 읽어줬던 그 소경. 그런데 어쩌면 그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친구는 잊어 버렸는지 모르지만 나는 똑똑히 기억이 난다. 복이 있는 사람은 걱정 근심 노동 해본 적 없이 편하게 놀고 먹고 잘산다. 팔자는 타고 난다는 말이 맞기도 한 것 같다.

보일러 검사를 받을 날이 왔다. 뉴저지주 검사관 앞에서 보일러를 열어 청소해야하는 과정이다. 메카닉이 휴가를 떠났다. 별수 없이 아는 사람에게 부탁했다. 몇 번 기구를 가져와서 해봤는데 보기보다 상당히 큰 도구가 필요했다. 겨우 맞는 것으로 찾았다. 그때 마침 귀가 이상했다. 윙윙 울리더니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 대답이 없어 몇 번을 끊었다. 이상해서 반대편 귀에 수화기를 대니까 잘 들린다. 한쪽 귀가 막혀 들을 수가 없었다. 걱정이 됐다. 그때 마침 보일러 보러오면서 아내와 같이 가게에 왔다. 그분께 귀를 보여 주었더니 귀지가 막고 있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저녁에 귀지 제거하는 기구를 가져와서 빼 주겠다고 했다. 딱딱하고 아주 큰 귀지가 귀 통로를 막고 있다고 했다. 여러 번 시도를 해도 나오지 않다가 겨우 빼냈다.



어쩌면 내가 꼭 필요할 때 나타나서 도움을 받았으니 얼마나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인가. 복은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유동적 이어서 스스로 복을 짓는 사람들에게 움직여 다가간다.

나는 내가 지은 복이 아주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복이 많을까 생각해 본다. 그 이유는 복이 전파력 때문인 것 같다. 그 전파력 덕분에 부모님이나 친구가 지어 놓은 복을 내가 지금 받고 있으며 주변에서 지은 복들이 나에게 다가오곤 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복을 많이 짓고 만들고 쌓아서 주변에 나눠줘야 한다. 그것만이 내가 받은 복들에 대한 수많은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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