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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시애틀 태양이 빛을 잃을 때

선글라스 안경을 2개나 썼다. 차 안으로 들어가 선탠이 된 앞 유리창을 통해 하늘을 보았다. 특수 안경이 없어 3중 색안경을 낀 셈이었다. 높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태양이 마치 그믐달처럼 오른쪽이 파져 있었다. 처음 보는 신비로움 이었다.

지난 21일 일평생 처음으로 개기 일식을 목격했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들어서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 일식은 오전 10시15분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14개주에서 목격되었고 시애틀에서도 92% 개기 일식이 예보되었다.

천체의 신비가 만들어낸 우주 쇼를 지켜보기 위해 인구 6200명 오리건주 마드리스에 10만여 인파가 몰렸다지만 나도 궁금해 그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오전 10시15분쯤부터 신문사가 있는 에드몬즈 건물 주차장에는 벌써 여러 사람들이 밖에 나와 하늘을 보고 있었다. 1918년 이후 99년 만에 북미 대륙을 관통한 개기일식을 지켜보려는 사람들이었다.



눈을 보호하는 특수 안경을 썼거나 어떤 사람은 직접 손으로 만든 종이 박스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모두가 하늘을 보고 보인다며 소리쳤다.

마침 태양은 하늘 높이 떠있어 망원렌즈 없이 맨눈으로 보기에는 매우 작았지만 확연하게 개기 일식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놀랍게도 개기일식 중에는 정말 어둑어둑한 생명력 잃은 어둠이 깔리기도 했다.

오리건주에 가진 못했지만 시애틀에서나마 아주 짧은 시간에 개기 일식을 직접 보았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는 데 보람도 느꼈다.

이날 태양이 잠시나마 빛을 잃는 것을 보며 진짜 태양이 영원히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한번 우리가 특별한 의식 없이 매일매일 대하는 태양의 위대함에 감사의 마음이 절로 나왔다.

매일 아침이면 뜨고 저녁이면 지는 것을 보며 당연히 여기지만 정말 태양이야 말로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태양열과 빛 에너지를 통해 식물이 자라고 과일은 열매를 맺는 등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는 농업의 원천이다.

지금 우리 고향에서도 따가운 늦은 여름 햇살로 벼들이 무르익어 고개를 숙이고 사과, 배 등 온갖 과일과 채소들이 태양 빛으로 열매가 풍성하게 익어 가고 있을 것이다.

그 따가운 햇살 아래 시골 도로에서 멍석 위에 빨간 고추를 말리던 모습도 그립다.

우리 인간들이나 모든 생물들도 태양열이 없으면 추위와 암흑으로 살 수 없을 정도로 태양은 정말 고귀하다. 겨울철 시애틀에 햇살이 비추지 않고 비오는 날이 많으면 우울증이 높을 수도 있지만 여름철 뜨거운 태양은 우리에게 활력을 주고 생의 환희를 주고 있다.

그런 위대한 태양도 이번 개기 일식처럼 조그만 달에 가려 빛을 잃는 것을 보았다. 더구나 대낮인데도 어두운 세상이 되어 놀라게 했다.

우리 삶속에서도 개기일식처럼 어두워지는 위기, 슬픔, 고통이 때로는 찾아 올 수 있지만 인내하고 소망과 용기를 가지고 극복하면 다시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는 더욱 눈부신 태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개기일식을 보면서 비가 내리고 눈이 오고 구름 낀 날 같은 많은 어려움이 있는 이민생활이지만 항상 마음에 소망과 용기의 태양을 간직할 때 더 큰 꿈과 비전으로 달려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21일 잠깐 볼 수 있었던 개기일식에도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거의 2개월 이상이나 비가 내리지 않고 파란하늘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 우리 집 화단의 꽃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오곡들을 무르익게 하고 있는 오늘의 저 붉은 태양에 새삼 더 감탄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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