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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악마의 바다

아름답고 평화롭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오리건주 바닷가를 찾았다. 북쪽 아스토리아 부터 남쪽 골드비치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곳곳마다 많은 추억들이 담긴 곳이다.

산불로 하늘마저 연기로 막혔던 시애틀을 떠나 101번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드넓은 태평양 바다와 아름다운 모래사장, 파란 하늘을 보니 정말 도심을 떠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행선지는 이민생활 30년동안 가보지 못했던 악마의 바다였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지 이곳저곳에 악마라는 이름까지 붙어있다.

악마가 물을 마구 휘젓는다는 Devil's Churn. 악마의 펀치볼 Devil's Punch Bowl. 북유럽 신화에서 천둥을 주관 하는 토르의 우물 Thor's Well 은 평소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었다.



무서운 파도들이 검은 암반 해안으로 몰려와 우물처럼 커다랗게 파진 Thor's Well 밑에서 솟아올랐다가 폭포처럼 떨어지는 장관은 기가 막혔다.

데빌스 천에서는 악마의 계곡 같은 검은 암벽 사이로 바닷물들이 서로 부딪쳐 솟구친다. 태평양과 만나는 육지 끝 암벽 언덕 위에 깊이 움푹 패어있는 구멍인 데블스 펀치볼은 위에서 보면 무섭지만 밑에 내려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여서 놀라웠다.

특히 사진을 찍다가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를 보고 위험해 얼른 피해야 할 정도로 파도의 위력은 대단했다. 암석을 거칠게 때리고 솟아오르는 파도와 당하고 만 있는 바위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삶속에서도 파도 같은 고난들이 밀려와 때로는 암벽이 깎여지고 구멍이 파지는 것같은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 덩어리들도 묵묵히 인내하고 있는 바위들을 결코 부술 수 없다는 것을 목격했다. 파도는 금방 암석들을 깨뜨릴 것처럼 덮치고 또 덮치지만 맥없이 떨어져 나갔다.

성난 파도는 승리자처럼 날뛰지만 썰물 때면 사라지고 폭풍이 몰아쳐도 햇살이 따뜻하고 평화스러운 날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암석은 파도의 잔인한 공격에도 인내하고 있었다.

우리 삶속에서 어떤 시련이 몰려와도 오래 참고 견디면 결국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수천년 수만년 속에서도 계속해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들과 이를 견디고 굳건히 서있는 암석들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우리 인간들은 겸손해야 하는 것도 다시 깨닫는다.

다음날 디포베이 미국 교회에 갔는데 마침 목사 사모가 한국인 어머니라고 해서 반가웠다. 특히 이날 30대 장애인 선교사의 간증에 큰 은혜를 받았다.

오리건대학교(UO) Chi Alpha 디렉터인 Steve Kramer 목사는 11주나 일찍 태어났고 3파운드도 되지 않은 뇌성마비 아이여서 의사는 살수 없거나 평생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러나 수십차례 수술과, 학교에서도 편견으로 돌팔매까지 받은 시련을 믿음으로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13살에 휠체어에서 벗어나 다시 걸을 수 있었다. 이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해 부인과 정상적인 3자녀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며 그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말고 계속 전진해 나가라”고 당부했다.

그는 거센 파도 속에서도 인내 속에 승리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악마 바다의 암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는 뇌성마비 환자가 76만4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바다의 즐거움보다 그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면 좋겠다. (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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