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데스크칼럼) 지경을 넓혀 나아가자

며칠 전 중앙일보 본국지에서 90세 김남조 시인이 18번째 시집 ‘충만한 사랑’ 을 발간했다는 기사를 보고 큰 도전을 받았다.

90이 아니라 70만 넘어도 은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90세에도 시집을 낸다는 것은 그의 끊임없는 창작열이 젊음의 샘에서 넘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며칠 전 청소년들과 음악을 사랑하였던 고 안성진 목사님이 썼던 시들과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화가인 3남 안형남씨가 그림을 그린 ‘시와 그림’ 3판 책을 받았다.
비록 뒤늦은 30년 만에 책이 다시 나왔지만 머킬티오에 사시면서 교계를 위해 헌신하시고 이웃을 사랑하신 안목사님의 고귀한 삶을 사진과 함께 다시 기릴 수 있었다.

안목사님도 평생 80여권의 많은 책을 발간했다. 이것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랑의 샘물이 넘쳤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 별세한 후에도 유가족이 크리스마스 음악회를 매년 개최하고 불우이웃을 돕고 있는데 안형남씨와 2녀 안문자씨의 말처럼 아버지의 자녀 사랑, 그리고 자녀들의 아버지 사랑이 ‘끝없는 사랑’ 이었기 때문이다.



90세에 시집을 내고 30년만에 책을 다시 낸 것은 나이나 연수에 관계없이 용기를 가지고 지경을 넓혔기 때문이다. 지경을 넓히는 것들 중에서도 자신의 지경을 수백억배로 늘리는 연어가 다시 생각난다.

언젠가 봄철에 동네 공원을 간적이 있었다. 산으로 내려가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다. 이 산을 흐르는 조그만 개울이 바다와 만나는 바로 직전 민물에 연어보호 팻말이 붙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그만 연어 새끼들이 그곳에서 놀고 있었는데 모두가 바다 방향으로 가지 않고 아직도 자신이 태어난 산 쪽을 바라보며 모여 있었다.

불과 몇 발자국만 더 가면 퓨젯사운드 바다가 나오고 드넓은 태평양으로 이어지는데 연어 새끼들은 그냥 좁은 민물 안에서만 놀고 있었다.

연어새끼들이 때가 되어 좁은 개울물보다 수백억배로 지경을 넓힐 수 있는 바다를 향하여 힘차게 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연어 새끼들처럼 태평양을 건너 큰 꿈과 비전을 가지고 미국에 온 우리들도 아직도 좁은 산 개울 안에서 민물에만 만족하며 살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어려운 이민생활이지만 고개를 돌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드넓은 새로운 태평양 같은 지경이 펼쳐질 수 있고 지금까지 품고 있던 꿈과 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온라인으로 인하여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90세에 18번째 시집을 내고 30년만에 다시 3판을 발행해 그 내용들로 독자들이 감동을 받는 것처럼 우리가 소망과 용기를 가지고 새롭게 지경을 넓혀 책도 만들고 또 다른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한인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가을이 되어 연어들이 시애틀에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맛있는 연어구이로 풍성한 식탁을 제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미 연어들이 태평양에서부터 태어난 곳으로 오는 험난한 길을 뚫고 돌아와 알을 낳고 수정하는 희생을 하고 새끼들이 지경을 넓혀 드넓은 바다로 나갔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연어처럼 그동안 한 곳에서만 몸담아 왔던 중앙일보를 떠나 지경을 넓혀 나아간다. 그 곳 바다에는 폭풍이 불고 거센 파도가 몰아쳐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많은 기쁨과 더 큰 보람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동안 부족한 데스크 칼럼을 애독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동근 편집국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