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IT 한인들 이직… ‘좁은 문’
내부승진 ‘한국어·영어’ 발목
#2. 네트워크 엔지니어인 최모(37)씨는 최근 미국 회사를 나왔다.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지만 영어가 발목을 잡았다. 디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 보고서 작성이 중요했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영어 보고서 작성할 일이 거의 없었던 최씨는 씁쓸했다.
최근 가주를 중심으로 대기업들의 신규채용 소식이 잇따르며 취업시장에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회계나 IT 관련 전문직 한인들은 남모를 속을 끓이고 있다.
주류 기업에서는 더 이상 승진이 어렵고 한인·한국 기업들은 채용기준이 높아져 예전만큼 이직도 쉽지 않다.
김씨는 “관리자급이 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수준을 넘는 영어실력을 갖춰야 한다. 미국에서 학교를 나왔지만 한계가 보인다”며 “또한 조직이다 보니 사내 정치도 필요한데 한인들의 경우 주류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의 경우 한인 기업들로 눈길을 돌리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전문 인력들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이직 경쟁이 높아졌다.
특히 한국과의 거래, 교류 등이 많은 상황에서 완벽한 한국어 구사는 물론 보고서도 한글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 1.5~2세에게 핸디캡이 되고 있다. 또 연봉, 급여 조건이 주류 기업들보다 낮은데 반해 업무량은 많고 근무 환경은 열악해 주저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수용자인 한인·한국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트렌드도 변하는 양상이다. 헤드헌팅 업체나 지인들을 통해 추천받은 지원자들의 수준이 높다 보니 기업들은 더 우수한 인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더 많은 후보자를 보고 싶어한다. 이에 따라 채용 대기기간이 늘어나는 경향이다.
전문직 헤드헌터인 저스틴 정씨는 “회계 담당의 경우 이직은 물론 기업 수요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채용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걸리며 1년이 넘는 곳도 적지 않다”면서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IT 업종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예전보다 시간은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백정환 기자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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