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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수학 천재 소녀의 행복한 삶이란

‘어메이징 메리 (Gifted)’를 보고

원제가 ‘Gifted’ (재능을 타고난)인데 한국에선 10월 개봉을 앞두고 우리말 제목을 ‘어메이징 메리’라고 정했다. 영화 내용을 반영한 제목이긴 한데, 실제로는 마크 웹 감독의 이전 작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연관지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마크 웹은 ‘500일의 썸머’ (2009)로 찬사 속에 데뷔한 젊은 감독이다.

‘어메이징 메리’는 어메이징하게 뛰어난 수학 능력을 타고난 일곱 살 소녀 메리 (맥케나 그레이스 분)에 대한 이야기다.

메리는 플로리다의 한 해변 마을에서 배 수리를 하는 외삼촌 프랭크 (크리스 에반스 분)와 살고 있다. 메리의 천재성을 잘 알지만 조카가 친구도 사귀며 평범한 유년시절을 즐기기를 바라는 외삼촌은 싫다는 메리를 달래 학교에 보낸다. 첫 등교하는 날, 외삼촌이 메리에게 당부한 말은 “아이처럼 굴어라.” 이다. 그러나 등교 첫날부터 메리의 특출난 수학 능력은 드러나고, 그 소식은 메리를 본 적도 없지만 메리의 엄마 다이앤이 27세 나이에 자살한 후 외손녀 메리를 찾고 있던 외할머니 에블린 (린지 덩컨 분)에게도 전해진다. 에블린은 메리를 데려다가 딸 다이앤처럼 뛰어난 수학자로 키우고 싶어한다. 프랭크는 누이가 왜 자살했는 지를 잘 알기 때문에 어머니의 계획에 반대하고 메리를 데려가지 못 하게 한다. 두 모자 간에 메리를 놓고 벌이는 양육권 다툼이 법정으로 옮겨간다.

메리의 능력을 더욱 계발해 본인에게 성취감을 주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도록 한다는 외할머니의 계획이나, 메리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평범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외삼촌의 생각이나 다 일리가 있다. 문제는 메리의 거취를 정하는 데 정작 메리 본인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자기 의견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해도 아이에겐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영화는 이런 류의 영화에 대해 관객이 예상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되지만, 그 안에 담겨진 명장면과 명대사들이 영화를 사랑하게 만든다. 석양을 받으며 메리가 외삼촌 몸에 등정하듯이 올라타는 장면과 병원에서 아기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서로에게 말로 준 상처를 풀 때, “우리가 말하는 게 다 의미를 갖지는 않아.”라는 대사가 명징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메리가 데카르트의 명언을 “나는 프레드를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고쳐 말하는데, 영화의 주제를 담고 있다.

프레드는 메리가 쓰레기더미에서 주어온 외눈 고양이다. 영화 속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메리와 프랭크의 착한 심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저마다 상처 입고, 상황을 자기 생각대로 한쪽만 보는 주인공 가족들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사태의 해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일곱 살 메리 역의 맥케나 그레이스의 연기가 돋보이고,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의 힘 뺀 연기도 잘 어울린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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