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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콩 콩 콩

콩은 어려서부터 내가 아주 아주 좋아했던 식재료다. 콩나물무침, 콩나물국, 두부, 몇 년째 못 먹어본 콩자반과 청국장 등등. 한국마켓에 가면 콩나물만은 반드시 사가지고 오는데 라면에도 넣고 미역국에도 넣는다. ‘Edamame’같은 것은 한 두 봉지는 뚝딱이고 턱이 아플 때까지 먹을 수 있다. 밥에도 콩이 들어있으면 몇배나 더 맛있게 느껴진다. 어머니는 내 어릴적 밥그릇에 콩이 삼분의 일은 되도록 퍼주시곤 하셨다. ‘콩밥’ 이란것도 꼭 나쁘지만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어려서 해본 서리질 중에도 제일 맛있었던 것은 단연 콩서리였다. 해본 분들만이 왜인지 아시겠지만.

콩으로 만든 음식중 딱 한가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 콩나물밥이다. 한편 누군가 내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콩국수!’라고 답할 것이다. 단 여느 콩국수가 아니라 한국에 계신 ‘엄마가 해주시는 그 콩국수’를 말한다. 두부, 피넛버터, 두유 등을 써서 약식으로 만드는 법도 여럿 알지만 콩국수는 내게 아주 특별한 음식이므로 잘 해먹지 않는다.

대한민국 인구가 늘던 시절이라 내가 태어나 자란 동네에도 동년배가 열명은 되었다. 다들 같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줄서있는 것을 보니 생일이 제일 늦은 내가 제일 키가 크더란다. 아주머니들이 비결이 뭐냐고 자꾸 물어보셔서 어머니께서 무심결에 ‘몰라, 콩나물을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 그러셨던 모양이다. 덕분에 친구들이 삼시세끼 다량의 콩나물을 강제섭취해야 했었다는 비화가 있다.

콩의 경작이 동북아시아, 구체적으로 두만강 유역에서 시작되었다는 학설이 있다. 콩을 많이 실어나르던 강이라서 콩두 가득할 만 두만강 (豆滿江)이라던가? 어렸을 때 집에서 딱 한번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두부를 직접 만드신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결과물은 엄청나게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두부를 좋아하던 나는 과정내내 옆에서 얼쩡거리다 뜨끈한 순두부부터 단계 단계 얻어먹었다. 요즘은 콩에서 콩기름을 먼저 짜낸 다음 두부를 만들기 때문에 예전의 고소한 두부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콩에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한다. 육류에서 섭취되는 단백질에 비해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독소들을 덜 남긴다고도 하고 비타민과 피의 성분인 철분, 뼈와 치아를 만드는 칼슘 등이 풍부하며 몸에 해로운 지방도 적다고하는 일류건강식재료이다. 악성콜레스테롤 (LDL)을 낮춰주고 심장병,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예방에 좋다거나, 골다공증예방, 당뇨억제, 뇌건강 증진 등에 효과가 있으며 암이나 노화 비만의 방지에도 좋다는 주장도 있다. 나는 그 이름조차 좋다, 콩?! 어쩌다 이렇게 특이하고 근사한 이름이 붙은 것일까? 원래는 콩깍지의 구멍을 뜻하는 공(孔)이라고 불리웠다나?

며칠전이 귀한 3일간의 노동절 연휴였는데 첫 이틀이 굉장히 더웠다. 올 여름 가장 뜨거운 날이 이틀 계속되다 보니 집의 그나마 시원한 곳에 온 가족이 모여 뒹굴면서 연휴를 보냈다. 최근 며칠은 지난번 텍사스에 이어 플로리다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의 무서움을 절감하였다. 유독 올해에 기후기상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자연이 노할때면 그 가공할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두어달전에 지구온난화에 대하여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사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아주 고무적인 논문이 발표 되었길래 소개하려고 하였는데 워낙 콩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콩과 쇠고기, 지구온난화의 이야기는 다음번에!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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