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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불주사와 당뇨병(1)

지난 10월 8일 시작된 북캘리포니아의 화재가 진정국면에 접어든듯 하다. 지금까지 40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갔고 80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되었다. 동료중에 이번에 화재가 휩쓴 나파, 소노마 쪽에 사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다들 무사하였으니 천만다행이다. UCSF에서 연구하던 시절의 은인인 크레이크 교수님도 나파에 집이 있어서 화재보도가 나오자마자 해외출장에서 급히 돌아오셨다.

이후 소식도 없고 안부전화를 또 드리자니 내 마음도 편찮아 가슴만 졸였는데 8일째 되는 날에서야 화마가 댁에서 고작 1마일도 않되는 곳에서 멈추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셔서 필자도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화재지역에 출입통제라 일주일 가까이 전전긍긍하셨던 모양이다. 바로 전날에서야 집에 가보실 수 있었단다. 현장에는 4-5일째 한숨도 못 잤다는 소방대원들이 전력을 다해 화재와 싸우고 있었다고 한다.

사는게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출퇴근할 때 타는 고속도로에서 몇 년 전엔가 황당한 교통사고가 난적이 있다. 고가도로를 달리던 트럭이 아래 고속도로로 떨어지면서 다른 차 위로 떨어져 양쪽 운전자가 사망한 것이다. 아래에 깔린 운전자의 경우는 자기가 무엇에 맞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도 이만큼 살아오면서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야함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아주 희망적인 최신 과학뉴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며칠전에 드니즈 포스트먼 (Denise Faustman) 교수님을 만날 기회를 가졌다. 포스트먼 박사님은 자그마한 체구에 동안이 귀여우신 (?) 할머니 과학자이시다. 하지만 작은거인이라고 그 작은 체구에 어찌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모른다. 과학자들의 강연이란게 정해진 시간에 많은 지식과 의견의 교환이 이루어져야 하다 보니 딱딱하고 지루하기 쉽상인데 우스갯소리도 잘하시고 참 재미있게 말씀하셔서 정해진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노벨상수상자를 포함해서 저명한 과학자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그중에서도 드문 ‘과학이 제일 좋은데 성공까지 했다네’라고 할 수 있는 운 좋은 과학자이시다.



이 분이 이끌고 있는 연구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하지만 언뜻 생각하기엔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두 가지를 연결시키고 있으니 바로 결핵백신(BCG)과 당뇨병이다. 좋은 연구결과가 동물실험뿐 아니라 임상실험, 즉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BCG란걸 들어는 봤어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필자또래에게는 <불주사> 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무섭던 온갖 예방접종 중에서도 가장 악명높았던게 불주사였고 하급생에서 상급생으로 올라갈때쯤이면 맞던 통과의례이기도 했다. 손가락 굵기만한 주사바늘을 불에 시뻘겋게 달구기 때문에 불주사라는 둥, 맞고 나면 온몸이 펄펄 끓어서 불주사라는 둥 괴소문이 돌았다. 물론 주사를 이미 맞은 상급생들이 퍼뜨린 괴담들이다.

불주사 맞는 날 운동장담을 따라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저쪽 주사놓는 간호사 선생님 쪽을 보니 비명을 지르거나 하는 아이는 없었다. 내 차례가 가까워졌을 때 보니 자그마한 알콜램프에 주사바늘을 소독하는것 뿐이었다. 그 불주사가 바로 결핵예방백신 BCG(Bacillus Calmette–Guérin)이다.

BCG는 백신중에도 최초의 것으로 역사가 무려 120년이나 된다. 따라서 아주 안전하고 저렴하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결핵의 발병률이 아주 낮아서 BCG의 접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발병률이 꽤 높아 BCG접종을 한다. 이렇게 오래전에 개발된 결핵예방용 백신과 당뇨병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다음편에 계속)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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