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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미국에서의 식인행위

18세기에 노예무역이 성행했을 때 사냥을 통해 잡힌 흑인 노예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노예 상인들에게 그들은 그저 ‘거래 품목’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대서양을 건너는 선박에서 식량이 달리면 노예선 선장은 “거래 물품” 가운데 몇을 죽여 그 살점을 다른 노예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미국이 독립하기 전 영국은 미국을 식민지로 삼아 경영하려 했다. 17세기에 버지니아 속령에서 제임스타운을 경영했는데 1609년에서 1610년 사이에 ‘대기근 기간’(Starving Time)이 발생했다. 비가 오지 않은데다가 수자원에 대한 접근이 곤란해서 그해 수확이 급격하기 감소한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214명의 식민지 백성들 중 60명이 굶어 죽었다. 본토로부터의 식량공급이 끊어지자 이들은 식량 조달을 위해 근래에 죽은 시체부터 매장지로부터 파내기 시작했다. 당시 인육을 먹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고문했더니 부인을 죽여 그 고기를 소금에 절여 저장했다는 자백을 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생매장해서 징벌했다고 한다.

한편 19세기에 들어 미국에서는 새로운 삶을 찾아 서부로 향한 개척자들 중에서 식인 행위가 발생했다. 1850년대에 콜로라도 주에서는 앨프레드 패커란 사람이 같이 여행하던 동료를 죽이고 그 인육을 먹었다는 혐의로 40년 징역 언도를 받았다. 그러나 징벌에는 살인죄만 적용했다. 그 당시 미국에는 식인에 대한 형벌은 법 조항에 없었기 때문에 죄형 협정주의 원칙에 따라 식인을 범죄로 규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846년 캘리포니아를 목표로 포장마차를 타고 서부로 향했던 일단의 이민자들은 그 해 겨울 씨에라 네바다까지 도착했지만 심한 추위와 폭설로 인해 더 이상 여행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 일행은 현재 도너 레이크라고 부르는 호수 가에서 겨울을 나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일행 중 15명은 생명을 유지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이 산맥을 넘어보려고 모험을 시도했다. 후세에 그들을 “도너 파티”(Donner Party)라고 부른다.



충분한 장비와 음식물을 갖추지 않고 떠난 그들은 한 지역에 조난하여 겨울을 지냈다. 다음해에 피골이 상접하고 거의 시체에 가까운 남자 2명과 여자 5명이 구출되었다. 당시 살아남은 이들이 죽은 동료들의 시체를 먹으면서 연명했던 증거가 나중에 발견되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포경업이 번창했었다. 1820년 뉴잉글랜드를 모항으로 한 포경선 에섹스 선이 난파한 다음 구명정을 타고 살아남은 선원들은 살아남은 자들이 먼저 죽은 자들의 인육을 먹기로 서로 약속했다. 90일간의 표류 끝에 구조되었는데 2명만이 살아남았다. 그들은 사람 뼈의 골수를 빨고 있었다. 에섹스 호 사건은 후에 허만 멜빌이 ‘모비 딕’을 저술할 때 참고했다고 한다.

한편 영국인 선장이며 탐험가인 존 프랭클린 경은 1845년 128명을 거느리고 “북서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다가 모두 실종되었다. 북서 항로란 파나마 운하를 만들기 훨씬 이전 유럽에서 서쪽으로 나가 아시아 지역에 도달하려면 남미 대륙 끝인 마젤란해협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 항로는 너무 길었기 때문에 북극 근처인 캐나다 북부 연안을 따라가다 보면 아시아에 이르는 길이 열리리라고 생각해서 붙인 희망 사항에 불과한 항로였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몇십 년 안에 개통이 가능한 길이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나서서 직접 설명한 2006년도 “Inconvenient Truth"란 영화가 현실화된다면.

그들의 유해는 10년쯤 지나 1854년에 발견되었는데 현저하게 식인 행위를 한 흔적을 남겼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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