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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냉전시대가 낳은 희대의 사기꾼이자 희생양

‘아메리칸 메이드’를 보고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탐 크루즈와 더그 라이먼 감독 콤비가 다시 뭉쳤다. 이번의 탐 크루즈는 한동안 우리에게 익숙해진 액션 히어로 탐 크루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78년부터 1986년까지 8년간에 벌어진 일이다. 천재적인 비행술로 TWA 항공사의 최연소 기장이 된 배리 씰 (탐 크루즈 분). 안정된 직장과 안정된 가정에 안정된 일상을 지루해 하던 차에 CIA 요원 몬티 셰이퍼 (도널 글리슨 분)의 비밀 제안에 마음이 동한다. 중미 공산 반군들 지역에 침투해 그들의 동향을 근접 촬영해 오라는 주문이다. 일은 위험하지만 CIA를 위해 일한다는 우쭐함에, 높은 소득이 따랐다. 그의 반복된 비행술을 눈여겨 봐오던 신생 마약조직 오초아 일당 (훗날 메데인 카르텔로 성장)에게 납치되고, 그들의 협박에 마약의 미국 유입을 돕게 된다. 이게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 해주자 비행사들을 고용해서까지 일을 확대해 나간다. 돈이 어찌나 많이 벌리는지 은행에선 개인 금고방을 새로 짓고, 자기 집안에도 구석구석 쌓고, 마당 속에까지 묻어도 돈을 더 이상 둘 데가 없을 정도였다. 자금의 지속적인 대량 유입을 수상하게 여긴 주 경찰, 마약단속국, 총포단속국에 FBI까지 나서서 합동으로 그를 체포했으나 빌 클린턴 주지사가 풀어줄 것을 명하고, 백악관에서 모셔가는 거물이니 그를 막을 방도가 없다. 그를 고용한 셰이퍼 요원도 CIA내에서 덩달아 주가가 올라간다.

우리가 볼 때 배리 씰은 분명히 잘못된 사람이다. 비행기 조종기술이 남달리 뛰어나다는 점 외엔 준법정신도 없고, 남을 위하는 마음도 없다. 거의 생각 없이 공명심과 탐욕만 앞서는 사람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 인간이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승승장구,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해 나간다. 그러나 이런 사기꾼 같은 자의 말로가 좋을 리는 없다. CIA나 정부에선 그를 소모품으로 취급할 뿐이다. 진행이 꽤 빠르고 곳곳에 유머가 자리하고 있지만 의외로 영화가 재밌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 영화 속에서 뉴스를 통해 당시 사회상을 함께 보여주는데도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 쉽지 않다.

이 영화는 강한 미국의 회복을 내세우며 힘으로 밀어붙이던 레이건 정부의 무리수를 블랙코미디 형태로 폭로하는 영화다. 미국이 만든 (American made) 틀 속에서 들어오지 않는 세력은 힘으로 제거하려는 각종 시도들이 불법으로 자행됐음을 고발하고 있다. 불법으로 규정된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 지원이나 이란-콘트라 스캔들 같은 사실들은 레이건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특검이 구성됐음에도 유야무야 지나간다. 관련 부처의 비협조로 공식적인 혐의를 잡는 데 실패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진 지식을 조금 파악하고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보는 자세부터 달라지고 흥미진진함까지 느끼게 된다. 배리 씰 이라는 개인이나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저지른 행위를 거의 같은 동급으로 비꼬는 신랄함이 짜릿하다. 소련제 AK47 소총의 흐름을 보는 건 거의 기가 막힐 지경이다.

웬만한 스턴트 연기는 다 본인이 감당한다는 탐 크루즈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역할이 없어 서운하다 싶었는데, 웬걸? 영화 속 모든 비행기 조종을 본인이 직접 하고, 추락 신에서도 조종간을 잡았다고 한다. 과연 탐 크루즈는 대단하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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