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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괴물쥐와 돼지쓸개

편집국 임승민 기자
(carrie@cktimes.net)

생태교란종 ‘괴물쥐’로 불리는 뉴트리아 담즙에서 웅담성분이 나와 구입문의가 속출하고 있다는 모국의 소식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돼지쓸개를 북한산 웅담으로 둔갑시켜 중국에서 밀수한 업자들이 발각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고령화와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몸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입에 넣고 보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건강 염려증에서 기인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최근 영국 의학저널 란셋이 발표한 '35개 OECD 국가의 미래 수명’에 따르면 한국 남녀의 수명은 전세계에서 1위에 달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비율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가 이를 방증한다.



의학계에서 정의하는 건강염려증은 복통, 두통, 피로감 등의 사소한 신체적 증상이나 감각을 비합리적으로 지각하고 심각하게 인식해 자신이 마치 심각한 질병에 노출되었다는 마음의 집착과 질병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기(杞)나라에 살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했다는 고사(故事)에서 비롯된 ‘기우’라는 단어가 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현실성 없는 과도한 걱정을 ‘기우’라고 하는데, ‘기우’ 지나치면 병이된다는 옛말이 ‘건강염려증’이라는 병명으로 현실화 됐다.

질병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미리 예방하고 검진받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신체 건강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정신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돼지쓸개를 웅담으로 속아서 먹거나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밀수로 들여와 복용하는 등의 불법행위로 까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낮은 자존감을 가진 이들에게서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인터넷의 발전으로 건강 관련 정보가 과잉으로 공급되면서 ‘카더라’식의 불확실한 정보를 맹신하게 되는 현실이 건강염려증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웃지 못할 아이러니는 또 있다.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각종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찾아다니면서도 음주와 흡연의 늪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금주와 금연을 하지 못한 죄책감이 커질 수록 건강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건강해지는 법을 알고 있다. 삼시 세끼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충분히 자는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운동 등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쉴틈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습관대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단순한 습관을 지키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뉴트리아 담즙에 관심을 가지거나 돼지쓸개를 먹게 되는지도 모른다.

해결되지 않는 실업문제와 고질화된 부의 불균형 속에서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챙기지 못하는 한국인들의 모순이 돼지쓸개 밀수라는 씁쓸한 자화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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