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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숨진 채 발견된 컬럼비아 치대생 이지원씨 아버지 이소덕씨

"부모도 몰랐던 딸의 우울증, 법 바꿔서라도 피해 막아야"

"개인 병원기록보호법 개정 필요
자녀가 향정신성 약물 처방 시
부모에게도 '알 권리' 보장 필요"


지난 1일 실종된 뒤 32일만에 허드슨 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컬럼비아 치대 4학년생 고 이지원(29)씨 사건은 정신건강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성공한 이민자 가정의 장녀로, 전미치대학생협회장까지 맡았던 지원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바로 ‘우울증’이었기 때문이었다.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지원씨의 아버지 이소덕(57)씨를 전화로 만났다.

아버지는 가슴을 치고 있다고 했다. “우울증이 그렇게 심하다는 걸 알았다면 진작에 입원을 시키기라도 했을 텐데…, 어떻게든 막았을 텐데….”



생떼 같은 딸을 먼저 보내고서도 이씨가 인터뷰에 응한 것은 “지원이처럼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4월1일. 고 이지원씨가 사라진 그날은 아버지 이씨의 생일이었다. “오후 6시쯤인가, 지원이에게 생일 축하 문자가 와 있더라고요.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의젓하고 공부도 잘했던 지원씨는 이씨 부부에겐 훈장이었다.

리더십도 있어서 동양인 여자애답지 않게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미시간대 앤아버에서 신문방송학과 역사학을 복수전공한 딸은 ‘뉴스앵커’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향했다. NBC뉴욕과 NPR 등 세계적인 언론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딸이 치대를 가겠다고 했다. 이씨는 “한번 결심한 건 뭐든 해내는 아이라는 걸 아니까 말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컬럼비아 치대 입학 후 1년간은 딸에게서 아무런 이상을 못 느꼈다고 했다.

그런데 2학년 때부터 우울증이 시작된 것 같다고 이씨는 추측했다. 딸이 랩에서 실습을 시작하면서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 ‘우울하다’는 말을 종종 했는데 당시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이제는 없는 딸의 집을 찾아보니 2011년부터 처방을 받기 시작한 우울증 치료제 약봉지가 있었다.

친한 친구 서넛은 딸이 우울증 약을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만 “죽고 나서 그 사실을 알았으니 미칠 노릇이었다”고 이씨는 한탄했다.

인터뷰 도중 이씨는 ‘히파법(HIPPA·개인의 병원기록보호법으로 1996년 제정)’에서 우울증 등 향정신성 약물 처방 사실은 부모에게 알리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병원기록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환자를 죽이는 정책이 됐기 때문이다.

“지원이가 학교 의사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우울증 약을 처방 받았다는 걸 교수도 모르고, 부모도 모르고, 아무도 몰랐어요. 알았다면 병원에 입원이라도 시켰을 테고 어떻게든 지금까지 살아있을 텐데…. 부모로서 알 권리가 없었다는 게 원통합니다.”

딸의 죽음은 자식만 보고 살아온 이민 생활 30여년 만에 찾아온 ‘날벼락’이었다. 딸의 수첩에 5월까지 빼곡히 적혀 있는 일정은 딸의 죽음을 더욱 이해하기 힘들게 했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자기는 살고 싶지 않은데 가족들 생각, 남은 회장 임기 때문에 중도 하차했다는 주위 시선을 의식해 그럴 수 없다는 메모가 나왔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기 우울증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전화기 저편에서 침묵이 흘렀다. 아버지의 애끓는 심정을 굳이 물을 필요는 없었다.

“우울증 약이 잘 안 맞거나 그러면 오히려 자살 충동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디다. 이제 지원이 같은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한편 최종 시험에 통과했기 때문에 컬럼비아대 치대에서는 오는 21일 졸업식에서 지원씨의 어머니에게 대신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황주영 기자 sonojun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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