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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32스트릿 한인타운은 지금…

온통 먹고 마실 곳뿐…'유흥가' 전락 우려
식당·주점·노래방 등 10년 새 2배로
'뉴욕 속 한국' 이미지 메이킹 미흡

#. 한 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업스테이트 뉴욕에서 자란 마이클 디스펜자(29)가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찾아가는 곳은 맨해튼 32스트릿 한인타운에 있는 한식당 원조와 교촌치킨이다. 그는 “한국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이 곳에 오면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있고, 한인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다”며 “끼니를 해결하러 혼자도 오지만 노래방이나 주점이 재미 있어 타민족 친구들과도 함께 온다”고 말했다.

1970~80년대 이민 초기, 인근 브로드웨이 도매상가에서 일하는 한인 이민 1세들의 허기진 배와 마음을 채워주던 32스트릿 한인타운은 이제 한국의 맛과 문화를 체험하기 원하는 뉴요커 ‘모두의’ 거리가 됐다.

하지만 최근 이 상권의 ‘업계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식당과 노래방·주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요식업과 유흥업을 제외한 매장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유흥타운’과 ‘K푸드 메카’의 사이



설렁탕부터 치맥까지. 32스트릿 한인타운에는 없는 게 없다. 식당과 주점이 워낙 다양하고, 한국 프랜차이즈들까지 앞다퉈 이곳으로 진출하면서 한국의 신메뉴들도 뉴욕에서 바로 바로 맛볼 수 있다. 브로드웨이부터 매디슨애브뉴까지 32스트릿 선상 두 블록 안은 한국의 맛으로 꽉 차 있다. 명실상부한 뉴욕의 K푸드 메카다.

지난 1982년 개업한 강서회관의 곽자분 사장은 “많은 식당들이 생겨나면서 20~3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음식의 메뉴도 굉장히 다양해지고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한류 열풍과 건강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식당과 주점이 증가하고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리아타운’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유흥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색은 없고 식당과 술집, 커피와 빵을 파는 프랜차이즈만 몰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에서 뉴욕을 찾은 관광객 김동엽(29)씨는 “뉴욕 속의 한국을 기대하고 왔지만 한인이 운영하는 업소들이 밀집돼 있다는 것 외에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며 “볼거리가 많았던 맨해튼 차이나타운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운영되는 식당과 주점, 노래방, 베이커리·카페는 총 73개. 전체 한인 업소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식당이 36개, 주점이 15개이며, 노래방과 베이커리·카페는 각각 14개와 8개가 영업 중이다. 10년 전 식당 20여 개와 10개도 안 되는 주점과 노래방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점포수는 배 이상 늘어났다.

◆오르는 렌트에 밀리는 상점들

“잘되는 식당이 아니면 렌트 때문에 여기서 장사 못해요.”

요즘 32스트릿 한인타운에 보이는 게 식당과 노래방·술집뿐이라는 질문에 부동산 중개업체 PD프로퍼티의 토니 박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박 대표는 현재 32스트릿의 한인 사업체 매매 중개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24시간 문 열고 식당 돌릴 수 있는 베테랑 사업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매물도 많이 없어 이 지역 상권에 진입도 힘들 뿐 아니라 들어온다고 해도 경험이 부족하면 순식간에 렌트가 밀려 문 닫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32스트릿 한인타운 소매점(1층 기준) 렌트는 스퀘어피트당 연 250~300달러. 이는 미드타운 상권의 평균 렌트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뉴욕부동산위원회(REBNY)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4월 1일 현재 미드타운 사우스(15~34스트릿)의 평균 소매점 렌트는 136달러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몰리는 식당이나 주점을 제외한 일반 소매점들은 물건만 팔아서는 렌트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인타운에서 액세서리와 잡화 등을 판매하고 있는 한 한인 업주는 “지난 10년 사이 렌트가 딱 2.5배 올랐다”며 “비즈니스를 계속 이어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상권의 포화상태가 지속되면서 한인 상권도 주변 지역으로 계속 팽창하고 있다. 32스트릿 선상으로 매디슨애브뉴까지 한인 식당과 카페 등이 영역을 넓혔고, 최근에는 파크애브뉴 쪽으로도 식당 매물을 찾는 한인들도 있다. 박 대표는 “한인타운 인근으로라도 진출하고 싶어하는 업주들이 많다”며 “이에 따라 이 지역 한인 상권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그라미 기자, 이경화·조윤정 대학생 인턴기자

dg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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