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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스마트폰 파워

정 명 숙 / 시인

지난주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중환자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인도인 할머니 한 분이 뉴욕에 살고 있는 딸을 방문 중에 지병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서 인도에 남아 있던 가족들이 비자 문제로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볼 수가 없어 애만 태우고 있었다. 딸의 아이디어로 스마트폰의 화상통화가 가능했고 그녀는 임종의 순간을 비디오로 담아 인도로 전송했다. 우리 모두는 석연했고 눈시울을 적셨다.

또 한 번은 지인의 모친이 중환자실에서 한 일주일 앓다가 돌아가셨다.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위로의 카드를 보내고 싶었는데 주소를 알 길이 없었다. 우연히 그녀를 알고 있는 제3자를 출근길 파킹장에서 만나 혹시나 하고 물었더니 그녀의 스마트폰에서 결국 지인의 주소를 찾아냈다. 그 주소를 적기 위해 급하게 종이를 찾고 있었더니 대뜸 스마트폰을 들이대면서 찍으라는 것이었다. 세대 차이를 실감했다.

스마트폰의 존재로 우리네 삶은 혁명을 맞았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세계 인구의 74%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일인당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1시간19분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IT 강국인 한국에서는 6세 이하의 유아를 제외하면 국민 모두가 한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스마트폰은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해 있다.

초창기부터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스마트하지는 않았다. 최근 10년에 걸쳐 스마트폰은 초고속도로 변화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천재들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죽하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호모 모빌리언스 (Homo Mobilians)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 삶의 패턴이 달라졌다. 종이 지도, 전화번호부, 명함 그리고 백과사전이 필요 없게 되었다. 구글링하면 답이 다 나온다. 카메라의 효능은 또 어떤가. 2011년에 독일을 여행하고 있었다. 전자제품은 독일 제품이 믿을 만하다는 사실은 진리였었다. 큰돈을 주고 현지에서 라이카(Leica) 카메라를 구입해서 신나게 찍어댔다. 집에 돌아왔으나 어마어마한 양의 사진을 일단 컴퓨터에 업로드해 하나씩 보아야만 하는 고통이 있어 지금은 내 책상 서랍 안에서 만년의 잠을 자고 있다. 요즈음은 하루에도 끊임없이 외손자의 사진과 동영상이 날아온다. 종이 사진과 사진 앨범이 필요 없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온라인 쇼핑은 또 어떤가. 바쁜 사람들에게는 구세주다. 시간 절약, 돈 절약, 에너지 절약이다. 놀랍게도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보다 훨씬 저렴하다. 처방전 안경 구입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단다. 우편함에는 편지보다 소포 배달이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항에서의 출국과 귀국 과정도 스마트폰 하나로 처리하고 신용카드 결제나 완납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류는 스마트폰을 통해 훨씬 스마트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지만 반대로 잃는 것도 많다. 가장 큰 우려가 인간성 상실이다. 고독하고 외로운 삶으로 전락하고 인간관계가 부족하게 된다. 기계와의 소통은 유연한데 막상 인간과의 대화에 있어서는 어색하다.

우리 어렸을 적을 기억해 보자. 친구들과 신나게 밖에서 해 질 때까지 놀곤 했다. 항상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우리 자녀들은 틴에이저가 되면 가족들과의 대화는 단절되어도 친구들과는 전화통에 매달려 장시간의 수다를 떨곤 했다. 친구는 그 나이에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현대인들은 책을 읽지 않고 구글로 적당히 흐름만을 읽는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구글링해 본 후 의사를 테스트해 본다. 스마트폰과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눈부신 속도로 발달해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과 감정까지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인간성 회복은 책을 읽을 때 한 자 한 자에서 오는 그 느낌이 세포에 녹아들어 생각하게 하고 자연을 체험하고 느끼면서 실천해갈 때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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