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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온경의 책세상] 고요한 물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어느 달 밝은 밤 언덕위에 있는 판다곰 스틸워터의 집에 도둑(너구리)이 들어왔다.

너구리는 스틸워터를 보지 못하고 온 집안을 뒤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스틸워터가 밤손님에게 "우리집에 찾아와 주어서 고맙다"며 손을 내밀자 너구리는 할 말을 잊었다.

한편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적이 없는 스틸워터는 한벌 밖에 없는 옷을 벗어 너구리에게 주었다. 집주인이 미쳤나 보다고 생각한 너구리는 옷을 들고 줄행랑을 쳤다.

그 밤 스틸워터는 겉옷이 없이 집 뒤의 언덕에 앉아 온 세상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달빛을 음미하며 탄식한다.



"불쌍한 밤손님 내가 준 것은 다 떨어진 옷이었건만 이 휘황찬란한 달빛을 선물로 줄 수 있었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

자기가 가진 것을 다 주고도 달빛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없음을 탄식하는 스틸워터에게서 현대인들이 가지지 못한 마음의 여유를 느낀다.

'라이 아저씨와 달'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존 무스가 지은 Zen Shorts라는 책속에 나오는 첫 번째 이야기다.

'짧은 명상 이야기'라는 뜻의 'Zen Shorts'에는 삼남매 마이클.애디.칼이 등장한다.

칼은 어느날 자기 집 뒷마당에서 빨간 우산을 들고 서있는 커다란 판다곰을 발견한다. 자기 우산이 언덕 위에서 바람에 날려 여기까지 왔기에 우산을 찾으러 왔다는 스틸워터와 아이들이 서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친구가 된다.

그리고 애디와 마이클 그리고 칼은 각기 언덕 위에 사는 스틸워터의 집에 찾아가는데 그때마다 스틸워터가 들려주는 짧은 이야기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일상에서 벗어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무거운 짐' 이라는 세 번째 이야기에는 젊은 스님과 노승이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다. 두 스님이 어느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인력거에 타고 있던 젊은 여인이 비로 인해 불어난 물 때문에 내리지 못하고 하인들만 꾸중하고 있었다.

하인들은 여인의 짐을 들고 있었기에 그녀가 내리는 것을 도와줄 수 없었던 것이다. 젊은 스님은 그 여인을 보고는 아무말 없이 지나쳤다. 그러나 노승은 그녀를 등에 업고 물을 건넌 후 마른 땅에 내려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갈 길을 재촉하는 것이 아닌가.

가던 길을 가면서 젊은 스님은 그 일을 곰곰히 생각하다 참다 못해 노승에게 여쭙는다.

"그 여인은 아주 이기적이고 건방집니다. 스님이 등에 업어 물을 건네주었는데도 감사할 줄을 모릅니다."

그러자 노승이 말하기를 "나는 그 여인을 이미 몇 시간 전에 내려주었네. 왜 그대는 아직도 (마음 속에서) 그녀를 등에 업고 있나?"

이 이야기를 읽으며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반추해서 생각해 내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의 후기에서 작가 존 무스는 Zen(선)은 '명상'을 뜻하며 그 요령은 조용히 앉아 마음을 한곳에 모으고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도록 하되 어떤 생각에도 집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판다의 이름이기도 한 스틸워터(Still Water)는 말 그대로 '잔잔한 물'을 말한다. 잔잔하고 고요한 물에는 달의 모습이 그대로 비추어진다.

그러나 물이 출렁거리면 달의 모습도 일그러지고 참된 달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우리의 마음도 그와 같아서 마음이 동요되면 세상을 그 모습 그대로 볼 수가 없다.

요즘과 같이 세상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매스컴을 장식하고 바쁜 스케쥴 속에서 늘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러한 짧은 명상 이야기들을 읽으며 마음 속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그 거울과 같은 마음에 세상을 비추어 볼 수 있다면 그래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우리의 이웃들도 선입관 없이 맑은 거울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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