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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들려주는 의대 이야기] 실패와 성공 VS 곤경과 숙달

케네스 김 / 성형외과 전문의·UCLA 의대 외래 부교수

외과 수련의 생활 중 우리는 연구활동을 위해 일년이란 시간을 할애 받았다. 연구활동에서 충족해야 할 조건 중에 하나가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다. 계속되는 수련의 생활에 지친 동료 선후배들은 보통 이 시간을 대학병원에 있는 분자생물학 연구실에서 보낸다.

나는 UCSF와 예일 의학센터에서 이미 분자생물학 연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공학에 도전했다. 대학 때 배운 기초물리를 제외하곤 관련 지식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당시 수술기술혁신은 생물학적인 발전뿐만이 아니라 수술기기의 발전에도 있다고 생각했고 미국의 성형외과 수련의로선 첫 번째로 스위스의 의공학센터에 연구원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다.

스위스식 독어 공학과 기술 이국의 문화. 배울 것으로 넘쳐나는 그곳에서 나는 바로 옆에 위치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장에 한 번 못 가볼 정도로 열심히 적응해 나갔다. 수술기기를 디자인하고 세계 곳곳의 외과의들에게 소견을 물었다. 성형외과 의사들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외과의들과도 소통했다.



그때 느낀 외과의들의 공통점은 누구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진보적인 사상을 즐긴다는 것이다. 외과적 발상에서든 인생에 관해서든 자신들이 즐기는 것을 거리낌없이 나누는 그들과 소통하면서 지식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표준평가를 중시하는 교육 시스템 속에서 자란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숫자로 환산한 '성적'을 받는데에 익숙하다. 확실히 성적이란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이지만 부모와 학생들이 성적에만 너무 치중하는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은 학생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성적을 주된 동기로 삼는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 그 동기를 잃게 되며 새로운 도전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잠식된 채 살아가게 되기 쉽다.

무엇보다 실패와 성공이란 개념 자체가 불안감을 조성하며 대체로 그 잣대는 우리 자신보다 사회적 기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높은 성적이 주된 보상이 된다면 학생들은 시험을 잘 보는 데에만 혈안이 되게 마련이다. 오직 답을 맞히는 것에만 중점을 두다 보면 지식을 습득한다는 행위에 의미를 두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혁신과 발전의 영역에서 정답이란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때때로 답을 알지 못한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온전한 배움이란 몸부림치고 고통을 감내한 뒤에 오는 깨달음과도 같아서 그 뒤에 오는 피부로 느껴지는 지식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많은 밤을 지새우고 좌절과 후퇴를 겪었으며 만족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기쁨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연수를 마치고 수련의 생활로 돌아갔을 때에는 외과의로서의 사명에 대한 확신과 눈 앞의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견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들이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칭찬하곤 한다면 그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며 실패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여러 난이도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을 환영하는 자세를 얻게 되며 세상의 값진 것들을 정당하게 얻어 나가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그렇게 끈기있게 헤쳐나가다 보면 어느새 숙달의 경지에 이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여정 속에서 끝이 없는 성장과 새로운 발견과 걷잡을 수 없는 기쁨을 느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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