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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데려갔다가 출입 금지…한인사회 인식 바꾸고 싶어요"
시각 장애 여고생 이영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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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10/31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7/10/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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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이영은양(오른쪽)이 친구 조우영양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이양의 안내견 '메기'의 몸에는 시각장애인을 돕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이영은양(오른쪽)이 친구 조우영양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이양의 안내견 '메기'의 몸에는 시각장애인을 돕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안내견 이용 가능해진 16세
'메기'와 외출에 깊은 상처만

한식당 등 "개는 못 들어와"
차별금지법 공공연히 위반

친구들과 교내 클럽 결성
"장애인 권익 보호 나설 것"


선천적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이영은(미국이름 줄리아나·뉴저지주 데마레스트)양에게 올해는 매우 특별하다. 법적으로 안내견 이용이 가능한 16살이 됐기 때문이다.

이양은 지난 7월 안내견 '메기'를 처음 만났고 여름 내내 함께 트레이닝을 받았다. 8월부터 이양의 곁에는 항상 '메기'가 함께하고 있다. 이양은 “지팡이를 사용할 때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몰라서 불안할 때가 많았다”며 “안내견은 항상 내 앞을 이끌어줘 너무 든든하고 자신감이 들게 한다. 예전엔 차를 타고 갔던 곳을 이제는 안내견과 함께 걸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내견과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8월 말, 이양은 안타까운 경험을 했다. 이날 점심시간에 어머니와 함께 뉴저지의 한 한식당을 찾은 이양을 직원이 막아선 것. 개가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한 것이다.

“평소 자주 찾는 식당이에요.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컸는데 안내견을 본 직원이 ‘개가 있어서 출입이 안 된다’고 제지했어요. 안내견임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무조건 ‘개는 안 된다’며 돌아가라고 했어요. 설명조차 듣지 않으려는 행동에 슬펐습니다.”

이양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소란이 일 수 있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왔다.
안타까운 일은 계속됐다. 평소 이양이 활동하던 한인 비영리기관에 “안내견과 함께 모임에 가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돌아온 답은 “건물 규정상 개는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거절이었다.

연방 장애인차별금지법(Americans with Disability Act·ADA)은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은 공공장소 출입이 보장된다. 하지만 해당 규정을 잘 몰라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양의 사례는 한인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입을 막았던 곳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잘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인사회 내 장애인에 대한 무지가 심한 현실을 바꾸고 싶어요.”

실제로 해당 식당과 비영리기관은 이양에게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 이양은 “출입을 거부당한 다음날 해당 식당 직원이 어머니께 사과했다”며 “식당 안에 있던 다른 고객들이 ‘장애인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면 안 된다’고 오히려 항의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비영리기관에서도 거부의 뜻을 밝힌 다음날 e메일로 출입이 가능하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인사회의 장애인 권리에 대한 무지는 미국사회의 보편적 기준보다 휠씬 심각하다. 이양이 재학하는 노던밸리리저널 데마레스트 고등학교의 경우 이양이 안내견을 이용할 수 있게 되자 학교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관련 교사와 면담 등을 통해 이양이 불편함 없이 안내견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줬다. 또 이양이 안내견에 대해 설명한 글을 전교생에게 e메일로 보내 교육을 시켰다. 이양의 친구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이양을 통해 안내견에 대해 몰랐던 점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 지역 식당의 경우 이양과 안내견을 본 직원이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정중히 테이블까지 안내를 했다. 이와는 대비되는 한인사회의 현실이 한인인 이양에게는 더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양의 안내견은 물론, 모든 안내견에는 “애완견이 아닙니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는 표식이 부착돼 일반 애완견이 아님을 손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한인사회는 타인에게 불쾌감과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출입을 막는 곳이 많다. 이 같은 일은 ‘해당 규정을 몰랐다’는 이유로 우리사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양은 “더 이상 몰랐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출입이 제지되는 일이 없길 소망한다. 내가 겪은 사례를 통해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해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며 “그 사건 이후 아직 한인 식당에 가질 못하고 있다. 신문 기사가 나온 뒤 한인 식당에 갔을 때 환영을 받는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의 뜻에 친구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양의 절친한 친구인 조우영(미국이름 에이미)양은 함께 장애인 권리 홍보를 위한 교내 클럽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양은 “영은이가 겪은 일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교내 클럽을 조직해 꾸준히 장애인 권익 홍보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팰리세이즈파크 등 한인 상권을 방문해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가두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다.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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