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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엄마, 나 밥 안 먹을 거야!"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

어떤 중국영화에서 이러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스승이 제자를 수년간 가르치고 마지막으로 떠나는 제자에게, 어떤 난관에 봉착하게 되면 이를 펴보라고 쪽지 몇 개를 준다. 제자는 극한 어려움에 봉착할 때 마다 그 쪽지를 꺼내어 보고 그 쪽지의 간단한 가르침대로 행동을 하며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게 된다. 제자는 그 스승의 지혜에 감탄을 한다.

그 쪽지에 적혀 있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어려움을 당할 때 명심해야 할 상식이었다. 그러나 그 쪽지를 참으로 소중히 생각을 하고, 그것이 난경을 해결할 비법이라고 크게 믿음으로써 평범한 쪽지의 가르침이 엄청난 예지와 비법으로 둔갑한 것이다.

그 영화를 보며 필자는 종교 경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는 원불교 교무(성직자)로서 '내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렇게 소중히 하는가?' 하는 것을 되돌아 보았다. 어떤 영화를 보니 중국 황제의 명을 전하는 관리 앞에서 황제의 명을 받는 관리가 무릎을 꿇고 황제의 명을 참으로 소중히 받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머니가 밥을 먹지 않는 어린 자식에게 자꾸 밥을 먹으라고 하면 "엄마 나 밥 안 먹어!"하고 배짱을 부리기도 하며, 또한 실지 먹지 않겠다는 무의식의 반동 심리가 어린이 마음에 발동되기도 한다.



위기에 봉착할 때에만 그 쪽지를 꺼내 보아야 한다는 스승님의 말씀에 따라 제자가 그 쪽지의 내용을 소중히 여기듯 우리는 성현의 말씀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가?

성자들의 가르침은 약과 같다. 부처님은 당신을 마음의 병을 고치는 의사라고 스스로 말씀하셨다. 또한 가르침을 약재라고 하셨다. 약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우리는 그 약을 먹지 않게 된다. 산삼의 효능을 모르는 미국인이 선물로 받은 산삼을 그냥 버리기도 한다.

논어에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여호아' 즉 '벗이 있어서 멀리서 찾아오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이 유명하고 많이 인용되는 공자님 말씀은 참으로 너무 평범하기에 필자가 이 구절을 중학교 때 처음 보고 배웠을 때 너무 시시하게 느껴졌다. 필자가 속한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가 법문 할 때 그 내용이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해서 설법 중간에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지식이나 가르침이 우리의 것으로 되느냐 아니냐, 우리 것이 되어 우리의 인생을 실지 바꾸느냐 아니냐는 우리가 그 말씀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는가에 달려있다. 너무 흔하기에 소중히 여기지 않는 마음, 이는 "엄마 나 밥 안 먹어 버릴 거야"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

필자는 한때 출가 후에 시간이 나면 여러가지 종교 경전을 보는 것을 취미로 삼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저런 것을 많이 아는 것이 참으로 내 생활과 신앙,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필자는 깨달았다. 그 후 필자는 시간이 나면 (예를 들어 저녁 식사 후에 잠시 차를 마실 때) 필자가 이미 아는 내용일지라도 경전 말씀을 내 생활과 대조하면서 묵상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활용하였다.

우리가 다 아는 십계명을 묵상해도 좋고 불교의 계문을 묵상해도 좋다. 내가 이를 참으로 소중한 마음으로 여기면 스승님의 쪽지를 금쪽같이 여기는 제자의 마음처럼 그 성현의 말씀들이 실지 명약으로 둔갑하여 우리의 마음과 인생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영생길을 개척해 주는 성현의 가르침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

약 지어 놓고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성자의 가르침을 알아도 묵상하지 않고 이를 내 생활에 적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 모든 것은 진리의 말씀을 소중하고 귀하게 대하는 내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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