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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이 나의 보물상자'···소설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표한 문남희씨

브롱스서 자라며 10대 가출 경험이 소설의 영감
화장품 외판원·바텐더·기자·범죄수사원 등 거쳐

아메리칸 드림의 무지개 뒤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더 낳은 삶의 꿈을 안고 미국 땅을 밟은 한인 부부가 결별할 때 13살짜리 딸은 집을 떠나기로 한다.

1980년대 브롱스에서 살고 있던 한인소녀 준은 아버지가 바람나서 가족을 버린 후 엄마가 정신병으로 시달리자 가출소녀가 된다. 그 후 준은 홈리스 셸터에서 성인클럽, 신문팔이, 화장품 외판원 등을 전전하며 경범죄도 저지르며 사춘기를 맞는다.

한인 1.5세 문남희(40)씨의 데뷔 소설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Miles from Nowhere, 리버헤드북스 간)’는 한인 소녀 준의 어두운 나날을 그린 작품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70년대 중반 브롱스로 이민온 문씨는 7학년 때 가출했다. 소설의 주인공 준처럼 에이봉화장품 외판원과 가판대 판매원을 비롯해 바텐더, 사진기자, 양로원 코디네이터, 범죄수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US 버클리를 거쳐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를 받은 문씨는 소설로 호프우드상을, 희곡으로 파라상을 받았다. 시카고에 사는 문씨는 최근 시카고 소재 컬럼비아칼리지의 교수로 발탁됐다.

문씨는 내년 1월 8일 LA의 반즈앤노블 그로브점, 9일 시카고 레이크뷰의 보더스를 거쳐 12일 오후 7시 반즈앤노블 트라이베카점에서 뉴욕 독자들과 만난다. 이 소설의 판권은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지에 팔렸다.

-왜 한인 가출소녀 이야기를 썼나.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2000년 1월 1일 신년계획을 세우면서 한 소녀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순진하고 현명하면서도 연약하고 강인한 그 소녀의 목소리에 놀랐다. 그래서 후에 준이 된 이 소녀에 관한 단편을 몇개 썼는데, 모두 에이본 화장품 판매원, 지하철 신문팔이 등 소녀가 돈벌기 위해 직업을 구하는 스토리들이었다. 나중에 에피소드들이 모여 장편소설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에피소드 구조가 준의 균열되고 혼란스런 정신상태를 잘 표현한다.”

-자전적인 소설인가.

“아마 1% 정도가 내 삶에 바탕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나도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것은 사실이지만, 내 가출 경험은 묻어두었고, 소설 자체는 허구다.”

-작가 외에 경험한 직업을 소개하면.

“에이봉 화장품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파는 에이봉 레이디를 비롯, 거리에서 중고 자전거 부속품이나 주얼리도 팔았다. 신문사의 사진기자로도 일했고, 바텐더와 웨이터리스, 양호원에서 생일파티나 할러데이 행사 등의 코디네이터도 맡았다. 또 범죄수사원도 해봤다.

마약 거래상·깡패·경찰·변호사·마약 중독자·가게 주인·죄수·이발사 등 온갖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증인을 찾아나서서 인터뷰도 했다.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초상화를 만드는 것이 매우 재밌었다.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범죄 후 경찰 조서·의학 보고서·증인의 진술서 등을 읽고 증거를 분석하며, 사건을 재현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었다. 글쓰는 것 이외에 가장 흥미로웠던 일이다.”

-다양한 경험이 글쓰기에 어떤 도움을 주었나.

“훌륭한 자료가 된다. 지금 나에게는 목소리, 배경, 인물과 사회상황에 따라 수집한 보물상자를 갖고 있는 셈이다.”

-왜 작가가 됐나.

“나도 몰랐다. 항상 사람들과 강렬하게 연결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글쓰기와 독서는 조용히, 은밀하게 누군가와 순간을 나누는 경험이다. 가출 소녀였을 때 지하철 안에서 그날의 일들을 일기에 적곤 했다. 10대 후반에 제대로 직업을 갖고 제대로 집에서 정상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면서 그동안 쓴 일기를 모두 불태워버리기로 결심했다.

나를 비롯해 그 누구도 내 과거를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10여년 후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일기를 태운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사실 과거의 단편을 갖지 못한 것이 소설을 쓰게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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