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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안짱다리 여자와 헤엄치기 -Swimming With Bowlegged Women

서 량 / 시인·정신과 의사

한동안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요즘 미국 드라마 'The West Wing'에 빠져있다. 미 대통령과 백악관 비서진과 연설문 작성자들의 숨가쁜 일상을 보여주는 이 가상 드라마를 NBC 스테이션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7년 동안 방영했다. 나는 어쩌다가 뒤늦게 이 드라마에 마음을 빼앗긴다.

2003년 2월 12일 날짜 에피소드 중간부분에서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밤 늦게 단 둘이 술을 마신다. 대통령은 비서실장에게 아프리카에서 난동을 부리는 테러리스트들을 죄다 격파하겠다는 암시를 준다. 그리고 미국은 국가의 이해상관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한 후 술잔을 치켜들며 이렇게 말한다. -- Here's to swimming with bow-legged women! (안짱다리 여자와 헤엄치기 위하여!)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며 나는 손에 불티가 나도록 바쁘게 구글 검색을 한다. 아 그렇구나. 1975년도 영화 '죠스(Jaws)'에서 이 대사가 나온 후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이상한 말! 시금치를 먹으면 금세 팔에 알통이 튀어나오는 뽀빠이(Popeye)가 즐겨 부르는 노래에도 같은 말이 나온다. -- I'm Popeye the sailor man / I live in a garbage can / I love to go swimming / With bow-legged women / I'm Popeye the sailor man. (나는 뱃사람 뽀빠이 / 쓰레기 통에서 산다네 / 나는 안짱다리 여자와 / 헤엄치러 가기를 좋아해 / 나는 뱃사람 뽀빠이)

건배(乾杯)의 '건'이 한자로 건강(健康)에서처럼 '굳셀 건'인 줄로만 알았다. 아니다 내가 틀렸다. 이때 건은 건조(乾燥)에서처럼 '마를 건'이다. 중국인들도 '간베이' 일본에서도 '간파이'라 한다. 잔을 말려? 잔을 비우라는 명령 혹은 권유다. 결코 덕담이 아닌 메마른 발언이다.



"Bottoms up!"은 어떤가. 이 말은 18세기 영국 런던 술집에서 정부가 해군을 모집하려고 부린 속임수에서 유래했다. 정부요원이 젊은이에게 술을 사면서 술잔에 거금(?)의 동전을 넣는다. 잔 바닥에서 동전이 나오는 순간 그는 정부 돈을 받았으니 해군에 입대해야 된다고 우긴다. 술집 주인이 이 꼴을 보다 못해 그들이 술을 마시기 전에 술잔 바닥을 높이 쳐들어 돈이 들어있는지 미리 검사하라면서 "바닥을 쳐들어!" 한다. 그 말이 현대영어에서 술을 쭉 마시고 바닥을 비우라는 뜻으로 변했다.

왜 축배를 영어로 'toast'라고 하는가? 로마시대 사람들은 포도주에 구운 빵을 집어넣어 술의 신맛을 없애는 풍습이 있었다. 빵을 태우다시피 구우면 숯으로 변한다. 우리가 간장 독에 숯을 띄어 나쁜 냄새를 없애는 습관과 같은 이치! 술맛이 나아지는 동안 그들은 자리에 없는 한 미녀의 건강을 기원했고 세월이 흐른 후 토스트에는 건배사라는 뜻이 생겨났다. 현대영어에서 'the toast of the town'은 장안에서 소문난 미인이라는 의미다.

인터넷에 이런 건배사가 눈에 띈다. 변사또 --변함없는 사랑으로 또 만납시다! 마돈나 --마시고 돈 내고 나가자! 성행위 --성공과 행복을 위하여!

뽀빠이가 부르는 노래 그리고 '죠스'에서 상어를 추적하는 집념의 사나이와 민주당 출신의 미 대통령이 비장한 표정으로 건배하는 '안짱다리 여자와 헤엄치기'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연구하는 중이다. 옛날 뺀드부 시절에 부르던 노래가 밑도 끝도 없이 떠오르는 이유는 또 왜일까. -- "산 위에 오를 때는 오빠 동생 하더니 나무 밑에 가서는 여보 당신 하더라~♪"

http://blog.daum.net/stick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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