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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검은 풍선과 지도자

김 학 천 / 치과의사

뉴욕 거리 한 모퉁이에 풍선 장수가 있었다.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면 그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빨간 풍선, 파란 풍선, 노란 풍선 등 여러 가지 색의 풍선을 하나씩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이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던 한 흑인 소년이 그에게 물었다. "아저씨, 까만 풍선도 하늘을 날 수 있나요?" 이 말은 들은 풍선 장수는"암, 그렇고 말고. 풍선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풍선의 색깔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공기 때문이지." 그리곤 까만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이를 본 흑인 소년은 자신의 피부색깔에 대한 열등의식을 극복하고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국민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흑인 소년의 살인 변론을 맡은 백인 변호사 핀치는 "사람을 이해하려면 피부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걸어야 한다"고 딸에게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이 요즘 다시 회자되었다. 8년의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고별사에서다.

1863년 '노예해방선언'이 서명된 지 145년 만에 미국 최초로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어 새로운 역사를 쓰게 한 오바마.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인종차별을 느껴야만 했고,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한때 방황하기도 해서 스스로 '술과 담배, 그리고 마약에 빠져들었다'고도 술회했다. 하지만 자신의 수상록 '담대한 희망'에서 '이런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건국의 이념과 이상을 공유하는 하나의 미국인'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출마 연설에서 '우리는 링컨으로부터 인종과 종교, 신분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배웠다'고 역설했고 취임 연설에서는 '우리의 서로 다른 꿈은, 사실은 하나라는 킹 목사의 교훈을 기억하자'며 화합과 희망을 강조했다.



8년 후 이번 고별 연설을 통해서는 "보통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 뭉쳐서 요구할 때 변화는 일어난다"는 소회와 함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라"고 호소하며 다시 한 번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한 시민으로서 내 삶의 남은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거기에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이뤄냈다(Yes, We Did).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세 마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청중들은 "4년 더!"를 외치며 열광했다.

이형기 시인은 '낙화'에서 이렇게 읊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불현듯, 검은 풍선을 들었던 그 소년이 바로 오바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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