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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온고이지신

위 선 재 / 독자·웨스트체스터

온고이지신(溫故以知新). 논어에 나오는 말로 오래된 것을 익힘으로서 새 것도 알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되고 있다고 한다. 참 오랫만에 대하는 한자 성구가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해가 바뀌고 새해를 맞는 즈음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이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과거의 지식이나 그 성과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거기에만 안주하다가는 급속도로 변화해 가는 세상일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새로운 것만 쫓다가는 본질적인 것들을 놓칠 수도 있으므로 적당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고 잇다.

옛날 문장은 말과 말이 서로 대귀를 이루고 있을 때가 많고 그 뜻이 대비되는 단어들이 조합을 이루면서 펼쳐지는 때가 많아서 그것을 모호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현상이나 사실을 표현하는 더 적당하고 효과적인 방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세상일이란 것이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옳고 그르다 식으로 이분법으로 이해되거나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사는 일도 정답이나 정해진 방법이 없는 가운데 매순간 여러 선택 사이에서 중용과 균형을 지키려 갈등하는 가운데 펼쳐지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내가 살아왔던 삶의 지혜와 가치관을 전수해 주고 싶어했고 그러다 보니 이런 것은 옳고 저런 것은 그르다는 식의 표현도 자주 해 왔다. 그런데 그것이 나와는 세대가 다른 아이들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았다. 아이들은 엄청난 양의 통계자료를 효과적으로 익숙하게 다룰 줄 알기에 어떤 때는 나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쌓아 왔던 삶의 지혜라는 것은 단순한 비교 분석 그리고 정보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복합적이 판단 능력이고 가치 기준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무슨 일에 의견 차이가 있을 때에는 내가 가진 가치 기준이 여러 지식과 경험이 농축이 되어 있는 것이어서 아이들이 가진 평면적인 지식이나 가치관보다 우위에 서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그런데 아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데에는 나에게 생경한 신세대의 사고 방식과 주장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일방적으로 주장을 펼치곤 하던 나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민 1세대로 살아가면서 동양적인 사고 방식과 가치관이 서양의 그것과 많이 다른 데서 갈등과 혼란을 겪을 때도 많다. 나는 이민을 와 살고 있는 입장이어서 처음부터 서양문화에 기가 죽어 살고 있어서 내가 알고 있던 동양적인 가치를 구식의 것으로 폄하할 때도 많았다. 예를 들어 인간 관계를 중요시하기보다는 법과 규칙과 질서를 더 중요시했고 어떤 일의 목적보다는 그 성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남의 입장에도 서서 생각해 보려는 대신 내 주장만 앞세우고 그것이 똑똑하다고 여기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게 삶의 행복과 가치를 주는 것은 나 혼자 잘나고 잘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과 내 이웃이 함께 기쁨과 슬픔과 번영을 나누면서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는 동양적인 생각으로 돌아갈 때도 많다.

온고지신의 뜻은 나의 고유한 가치관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도 알아가는 것이란 것에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실천은 여러 가치관 사이에서 바른 선택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데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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