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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즐겁게 살기

정 명 숙 / 시인

결국 오른쪽 눈의 망막수술을 하고 지금 회복 중이다. 수술 자체는 간단했지만 회복기 과정이 상당히 불편하고 힘이 든다. 하루 24시간을 고개 숙이고 지내야 한다. 하루 네 번 안약을 넣는 순간만 제외하고는 계속 먹고 잘 때도 바닥만 보며 살아야 한다. 치료법이 공기방울을 주입하면 구멍 난 망막에 올라가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다행히 적절한 의료기구의 도움을 받아 즐겁게 살기로 마음을 잡았다. 이런 기회 아니면 내가 언제 또 3주의 병가를 얻어 쉴 수 있을까 위로하면서 말이다.

평생을 큰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해 온 덕택에 정말 희귀한 질병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하지만 이번 나의 경우처럼 기이한 회복기 과정은 처음이다. 현대의학은 몸의 장기를 하나하나 다 떼어 공부하는 전문의 중심이다. 눈만 해도 일반 안과, 망막 전문의가 있다.

인간은 가장 약하게 태어나서 특별한 보호 아래 성장한다. 성장기를 얼마 동안 유지하다가 삼십이 되면 벌써 노화가 시작된다. 노화와 죽음은 깊은 연관을 갖고 계속 우리 주위를 서성댄다. 생로병사의 진리를 누가 피할 수 있을까. 백세 인생이라고 인간 쾌거를 노래하지만 숫자 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 중요한 것이다.

요즘은 우리 병원에서도 병의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경제적임을 알고 고용인들의 건강검진을 거의 강요한다. 나 같은 건강인도 정기검진을 받는데 드는 경비, 시간 그리고 에너지가 상당하다. 여성의 경우 정기 신체검사, 안과, 치과, 부인과, 유방암검사, 골다공증 검사가 필수다. 모든 미디어들도 건강에 관한 상업용 상품 팔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다. 때로는 잘못된 정보로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현대인들은 이렇게 스스로 혹은 주위 환경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건강 강박증 내지는 건강 염려증을 앓고 있다. 삼삼오오 모이는 그룹마다 화제는 건강으로 시작해서 건강으로 끝난다. 듣고 있다 보면 음식에도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으로 완전히 패가 갈린다. 머릿속은 넘쳐나는 정보로 어지럽다. 그런 정보에 어두웠던 시절에 아무거나 먹고도 어떻게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지 신기할 뿐이다. 놀라운 일은 남자들의 수다도 똑 같다는 사실이다.

삼십부터 시작된 노화는 사십에 접어들면 몸은 서서히 시그널을 보내온다. "주인님 저는 지난 사십년간 주인님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좀 쉬고 싶습니다. 저에게도 쉼을 허락하여 주옵소서"라고 말이다. 사십대가 되면 또 슬픈 일은 체력뿐 아니라 지력 또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건망증, 답답증, 울렁증까지 겹쳐 삶의 의욕과 자신감마저 잃게 된다. 삶의 중력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영향력을 끼친다. 눈꺼풀이 쳐지고 턱이 늘어지고 피부는 늘어지고 처진다. 눈에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부기관도 모두 늘어지고 처지고 엇박자로 물리다가 결국 고장이 난다. 소위 질병을 얻는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젊은 시절의 용기와 패기가 시든 배춧잎처럼 시들해지고 쪼그라든다. 생일을 치르면 치를수록 삶의 탄력은 떨어진다.

현대의학도 한계가 있다.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피할 수 없는 노화를 상대로 건강에의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병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고치며 달래며 써야 한다. 건강을 위해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금욕적인 삶 자체에 가치를 둔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 주위에 운동중독증 환자도 있다. 운동 자체가 삶의 목적인 이들 또한 잘못이 아닐까.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긴다. 이 근육은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한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몸의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키워야겠다. 노화되어 가고 있는 몸과 마음에의 집착과 강박증에서 벗어나, 노화를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아갈 방법을 연구하는 현명한 자세가 더욱 절실하다. 우리 모두가 연구할 과제는 '나의 행복과 즐거움은 어디서 오는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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