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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탐사] 소프트 파워? 한류에 대한 국가주의의 함정

홍 석 경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국 정부가 어떻게 지원하기에 대중문화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수출되고 있습니까?" 프랑스에 사는 동안 프랑스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이 질문은 한국 정부의 문화정책을 칭찬하는 것 같지만 사실 심각한 편견을 안고 있다. 전 세계로 자국의 대중문화를 널리 퍼뜨려온 미국.일본.영국 정부에 대해 이런 질문을 했었던가. "정부가 경제 개발 하듯 투자하고 계획한다고 문화가 발전하나요? 그렇다면 지원이 훨씬 많은 프랑스의 대중문화가 더 수출이 잘돼야 하겠네요." 나는 언짢아 이런 반문을 했었다. 그들의 질문엔 "어떻게 '한국 같은' 나라가 서구로 대중문화를 수출할 수 있고, 이렇게 열렬한 팬을 만들 수 있지?"라는 다소 인종주의적 전제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면 외국 기자들의 이런 질문은 한국 정부의 과도한 전시적 지원의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의 문화 관계자들은 가시적이고 수적으로 증명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지원을 선호한다. 그러니 눈에 띄지 않는 기반지원보다 미디어 보도가 확실한 행사성 공연이 선호되고, 관람객이나 매출 등 즉각적인 결과에 연연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인들은 해외방문이나 공식 일정에 한류스타를 동반해 이들의 긍정적 이미지를 자신과 국가 이미지 향상에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한류는 한국 정부의 성공적인 문화산업 지원의 결과이고, 이것은 당연히 국가 이미지 향상과 연결되는 무엇, 국가 차원의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되고 만다.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이 한류 용어로 도입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것은 한 국가가 지니는 힘 중 군사력.경제력 등 하드 파워와 구분되는 부드러운 힘인 문화적 매력을 지칭한다. 한국 정부의 그간의 문화정책 및 지원이 문화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었음을 인정하더라도 한류 열풍에 정부가 기여한 바는 거의 없다. 한류는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 수용현상이고, 동아시아 외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류가 소프트 파워로 작동한다고 주장하려면 가장 한류 열풍이 센 중국과 일본에서의 혐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류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소프트 파워 개념은 한국 정부의 국가주의적 한류 전용을 정당화하는 개념일 뿐이다. 국가는 훨씬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후방에서의 문화지원 정책으로 문화의 안정적 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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