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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한진해운의 씁쓸한 몰락

이 보 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은 한진해운 법인에게 파산선고를 내렸다. 작년 9월부터 법정관리 하에 회생을 시도해 왔지만, 해운 시장의 지속적 침체와 정부지원 중단으로 한진해운은 해체되고 말았다. 한진해운의 창업자, 고 조중훈 회장의 자서전 '내가 걸어 온 길'엔 이런 글이 수록되어 있다.

"1940년 초 청년 시절에 일본, 중국, 동남아 여러 지역에 배를 타고 항해하면서 선박기술을 배웠다. 고된 노동과 자유가 없는 선원생활이었지만, 바다는 온 세상을 가득 채울 것만 같은 꿈과 호연지기가 있었다. 그런만큼 애착도 많았고, 미래의 해운왕을 꿈꾸던 시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40년 전에 그가 창립한 한진해운, 수송보국의 꿈이 2세 경영에 와서 꺾이고 말았다. 세계 제7위,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운항 선박 155척 중 자선 60척은 매각 후 채무상환에 충당되고, 용선 95척은 소유주에게 반환되었다. 전 세계로 뻗은 해송 네트워크 중 유럽과 지중해 노선은 소멸되었고, 미주와 동남아 노선은 SM그룹(삼라마이더스)이 인수하면서 700여 명의 육상직원 중 약 200명을 채용했다. 해상 직원 약 750명은 아직도 표류 중이다. 부산의 한진해운 연계산업들도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한진해운은 부산 감천만항의 전용터미널, 롱비치항 전용터미널, 시애틀항 전용터미널을 건설해 항만 부가가치와 고용을 높이면서 운임매출액 20조원을 돌파했던 회사다. 다우존스로부터 지속가능지수 운송업 부문 최우수 기업인증을 2012년에 받았고, 2013년에는 세계적 주택용품 기업인 로우사(Lowe's)로부터 최우수 선사상도 받았다.



최근 한진해운 사태로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가 "한국 선사는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다" 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자, 남아 있는 한국적 선사들도 해외 하주들의 이탈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2015년 말, 한국적 선사가 보유했던 미주 해운시장 점유율이 12%였으나 2016년 말 점유율은 4.7%로 격감되었다. 시장점유율은 선사가 얼마나 많은 하주를 확보하고 있느냐의 지표다.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남은 국적선사가 얼마나 채우며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LA항의 화물을 내륙으로 연결하는 110번 고속도로는 1930년 초에 건설된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도로다. 710번 고속도로는 롱비치항에 하역되는 컨테이너 화물을 내륙으로 연결하기 위해 1950년대에 건설되었다. 710번과 110번 고속도로엔 언제나 한진해운의 하늘색 컨테이너(HANJIN)가 줄을 이어 달렸다. 미 서부의 관문을 통해 한국의 국력이 파도처럼 밀려 드는 모습이었다.

북미 대륙에 매일 물류로 흐르던 약 50만 개의 한진 컨테이너들을 앞으론 볼 수 없게 되었다. HANJIN이라는 로고를 달고 5대양 파도를 헤치고 달리던 대형 선박들도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장기적 해운시장 불황으로 전 세계 모든 해운회사들이 적자와 부채로 고전하고 있지만, 그들 정부는 불황 후엔 호황이 도래할 것을 예상하고 자국선사가 침몰하지 않도록 금융지원과 지급보증을 해주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을 전 세계로 이어주던 대동맥, 40년간 구축되어온 한국의 해송 네트워크가 정부의 정책판단 잘못으로 사라진 후에 수출의 동맥경화증이 발생한다면 어떤 대책이 나올 것인지.

가정이지만, 대우조선해양처럼 한진해운도 산은 총재 출신을 CEO로 영입하여 세웠더라면 금융당국의 외면을 이처럼 당했을까. 무역계는 운송비의 증가와 적기운송의 불편, 즉 자국선사와 타국선사의 차이를 피부로 느낄 것이 자명하다. 앞으로 호황이 되면 해송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정부는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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